[ 최진석 기자 ]
1992년 마지막 날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스키장.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슬로프를 내려왔다. 얼굴에 조금씩 웃음이 퍼졌다. 처음 타본 스키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다음날인 1993년 새해 첫날 그는 새벽부터 스키장으로 달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키를 탔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스키 장비를 샀다.
이렇게 시작된 스키와의 인연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영재 볼보트럭코리아 사장(55)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스키는 전문가 강습을 통해 배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스키를 독학했다. 그는 “마음을 먹으면 돌진해 결과를 얻고야 마는 성격상 몸으로 부딪히며 연습하는 게 편했다”며 “비디오 교재를 보며 공부한 뒤 스키장에서 이를 직접 실천해봤다”고 말했다.
결과는 1993년 겨울 바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최상급 코스도 소화할 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스키의 매력을 ‘집중’이라고 했다.
“가파른 언덕을 빠른 속도로 내려올 때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집중해야 넘어지지 않고 내려올 수 있죠. 이는 일할 때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속도감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으니 이보다 좋은 운동이 없죠.”
스키병에 걸린 김 사장은 다른 직원에게도 이를 전염시켰다. 1993년 당시 그는 옛 아시아자동차 트럭판매파트 과장이었다. 그해 겨울 토요일 근무가 끝나면 동료 직원들을 데리고 여의도 사무실을 떠나 베어스타운으로 향했다. 밤늦게까지 스키를 탄 후 집으로 돌아왔다.
1997년 볼보트럭코리아로 옮긴 뒤에도 스키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판매팀장인 그는 팀원을 이끌고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가까운 경기 용인의 양지리조트(현재 파인리조트)로 갔다. 스키를 못 타는 직원들에겐 직접 강습도 해줬다. 스키라는 공통 취미가 생긴 팀원들은 조직력이 향상됐다.
김 사장은 “모두 주말이 다가오면 스키장 갈 생각에 즐거워하니 업무 성과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스키를 활용한 스킨십 경영은 그가 세일즈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1년 7월 사장에 오른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사장 12명과 함께 강원 평창군의 용평리조트를 찾았다. 저녁 술자리보다 스키를 타면서 친분을 쌓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끈끈한 조직력은 직원 이탈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오래전부터 김 사장과 스키를 함께 탔던 직원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
스키시즌이 아닌 봄, 여름, 가을에는 등산을 즐겨 한다. 이 역시 스키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하체 단련 차원이다. 올겨울을 앞두고 김 사장은 다시 스키 장비를 꺼내 점검하고 있다. 연말에는 전 직원과 함께 스키장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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