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엔저' 공습 경보 켜진 증시…수출株, 떨고있나

입력 2014-11-20 11:03  

[ 이지현 기자 ] 국내 증시에 '엔저' 공습 경보가 다시 켜졌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아베 일본 총리가 증세를 연기하고 조기총선을 결정하는 등 '끝장승부'를 던짐에 따라 엔저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달러가 독주 체제를 정비하고 일본이 계속해서 엔화 약세 정책을 펼 경우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약세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원화도 여기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저 약세 흐름이 전망 영역을 벗어나며 국내 수출주 등에 재차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선 장중 한때 엔·달러 환율이 118.27엔까지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2007년 8월14일 이후 약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8.7원 오른 1115.0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8월 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한 10월 의사록에서 금리 인상 이슈가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재료가 됐다. 일본이 소비세율 인상을 늦추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여파도 여전히 시장에서 엔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향후 120엔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저 대응 차원에서 원화도 동조화하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나온 만큼 원·달러 환율도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은 120~125엔 까지, 원·달러 환율은 1150원까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2012년 3분기 이후 지속된 원·엔 환율 하락이 국내 수출에 점차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1차 엔저 공습은 지난달이었다. 당시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한 이후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최근 들어 주춤하던 엔저 현상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아 재차 국내 증시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46분 현재 현대차기아차는 수출 우려에 각각 2.92%, 2.30% 내리고 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추후 아베 총리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 이렇다 할 상승동력(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엔저 리스크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기대감은 엔저 지속에 강한 개연성을 줄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가 반드시 수출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란 분석도 나왔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엔화 약세시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달라졌다"며 "엔화 약세에도 한국 수출 증가율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됐고, 중국의 반일 감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곽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중국 내 한국과 일본의 수출 비중이 역전됐다"며 "엔화 약세는 분명 두려운 일이지만 시대의 변화로 인해 두려움의 실체는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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