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전셋값] 화성 병점 2억2900만원에 팔린 아파트, 전셋값은 2억3000만원

입력 2014-11-20 21:30  

수도권 첫 전세·매매가 역전

전국 전세가율 16년來 최고
서울도 80% 넘는 단지 속출

주거비 월세 > 매매 > 전세 順
집값 상승 불확실성도 커져



[ 김동현/이현일 기자 ]
“전세 매물은 778가구 중 단 한 가구에 불과한데 전세 수요만 넘치니 전셋값이 매매가에 근접했어요. 인근 단지에선 동에 따라 전셋값이 더 비싼 아파트도 나왔습니다.”

경기 화성시 병점동 ‘느치미마을 주공4단지’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평형에 따라 최고 97%(부동산써브 조사)를 넘어섰다. 이 단지의 이인숙 광장공인 대표는 “그런데도 매매 수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가 계속 오르기 쉽지 않다는 시장 인식 속에서 인근 동탄2신도시 등에서 새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자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실종됐다는 설명이다.

◆전셋값이 매매가 추월

느치미마을 4단지뿐만 아니라 병점동 일대 주요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다정마을 신한에스빌1차’ 전용 85㎡는 지난달 2억20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평형 전셋값은 2억~2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늘벗마을 신창1차’에선 전용 85㎡ 전셋값(2억3000만원)이 매매가(2억2900만원)보다 더 높은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신창1차 인근 신창타운공인 관계자는 “인근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전세만 찾기 때문에 집주인이 매매가에 근접한 호가를 불러도 전세가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에선 소형 전셋값이 중형 전셋값을 웃도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달 병점동 대창아파트 전용 60㎡(9층)는 1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같은 달 이 아파트 전용 85㎡(3층)의 전세 실거래가격은 1억5000만원이었다. 중형이 대형 전셋값을 웃도는 사례는 가끔 있었지만 중형 전셋값이 소형보다 낮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관리비 등 아파트 주거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작은 평형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도 전세가율 80% 단지 속출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근접하는 고(高)전세가율 현상은 화성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화성(전세가율 77.6%)과 가까운 수원 영통구(74.6%), 오산(73.0%)도 지역 평균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섰다. 아파트 단지별로는 90%를 넘어선 곳이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평균 전세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서울에서도 아파트별로는 80%를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양평동2가 ‘양평벽산블루밍’ 전세가율은 88.6%에 달했고 대흥동 ‘대흥세양’(88.5%), 양평동3가 ‘경남아너스빌’(88.5%) 등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5.2%로 1998년 12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임희열 국민은행 담보평가부 팀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과 저금리 기조로 전세 선호 현상이 지속돼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이 안 팔린다

서울·수도권에서 전세가율 90% 내외 아파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데다 주거비용도 전세가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의 주거비용 부담이 가장 적다보니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분위기”라며 “전세 선호 현상이 갈수록 짙어져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동네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거주비용 측면에서 전세, 매매, 월세 순으로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집을 살 경우 연간 집값의 3.5%(담보대출이자)를 주거비용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전세(전세가율 70% 가정)의 주거비용은 연간 2.8% 수준이라는 것이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차장 “자산은 많지 않지만 소득이 높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돈을 차입하면 집을 살 수 있음에도 주거비용을 계산해 전세를 고집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김동현/이현일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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