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美의 '포퓰리즘 반성'] "南美 '핑크 타이드'는 끝났다…지난 10년 성장은 착시현상일 뿐"

입력 2014-11-20 21:41  

前 대통령 14인의 '고백' 현장을 가다 - 아순시온=강경민 기자

포퓰리즘과 反시장정책은 늘 연계되는 가장 나쁜 惡
10년 집권 좌파정권 퇴조…親시장 젊은 중산층 증가



[ 강경민 기자 ]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적극 환영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反)자본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만 조심하면 됩니다.”(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4’에 참석한 14명의 중남미 전직 대통령은 빈곤 탈출을 위한 경제 성장을 위해선 기업 유치를 통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의 경제 발전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親시장 정책으로 투자 유치해야”

루이스 알베르토 라카예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좌파 세력이 집권한 중남미 국가처럼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 반시장 정책은 항상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법을 무시하고 언론을 장악한 뒤 장기집권을 시도한다”며 “이런 나라들이 해외 투자를 거부하고, 외국 기업을 박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입법권을 전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권법(授權法)’을 통해 14년간 재직하는 동안 1000개가 넘는 외국 기업을 국유화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12년에 스페인 석유기업인 YPF를 일방적으로 국유화해 갈등을 빚었다.

카를로스 메사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법적인 안정성을 보장하고, 투자자들이 정당한 세금만 내면 중남미에서도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타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라우라 친치야 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은 지금까지 원자재 수출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며 “앞으로는 시장 친화적인 혁신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0년간 중남미를 주름잡았던 ‘핑크 타이드’(분홍물결·pink tide)가 사실상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남미 12개국 중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핑크 타이드는 혁명이 아닌 선거를 통해 좌파 세력이 집권하는 물결을 뜻한다. 참석자들은 “최근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줄어 남미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좌파 세력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며 “중남미의 지난 10년간의 성장은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두알데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중남미에선 더 이상 베네수엘라와 같은 독재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핑크 타이드는 퇴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은 중산층’ 교육이 중요”

전직 대통령들은 중남미의 가장 큰 힘은 ‘젊은 중산층’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퓰리즘이나 정부의 복지정책보다는 계층 상승에 대한 욕구가 커 친(親)자본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알바로 콜롬 전 과테말라 대통령은 “지금 시기야말로 중남미가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젊은 층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쏟고, 기성세대와 소통을 할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니시오 세레소 전 과테말라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이 예전처럼 독재정치에 시름 하지 않기 위해선 젊은 층의 교육과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글로벌피스재단(GPF)의 문현진 의장은 “남미는 사회·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중산층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을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해선 경제 개발에 먼저 성공한 한국처럼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인 문 이사장은 2007년 비영리 국제 민간기구 GPF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매년 전 세계 각국을 돌며 정치·경제·사회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는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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