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국가적 사법처리 논란
BNP파리바에 벌금 처분
佛정부 공식 항의하기도
[ 임도원/김일규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20일 오후 4시23분
기업은행은 이미 한국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에 대해 미국 검찰이 조사를 벌이자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가 제3국 간 거래에 관해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사와 관련, “앤코래의 불법 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앤코래가 무역거래를 한다고 허위로 밝힌 대리석이 수출금지품목이 아니었고, 수출대금을 앤코래에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란중앙은행(CBI)의 지급명령서까지 받았다는 게 기업은행의 주장이다.
더욱이 달러거래를 한 것도, 미국정부가 지정한 경제제재 대상국과 돈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허가를 받고 원화결제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란과의 불법거래로 BNP파리바가 지난 7월 거액의 벌금을 내기는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BNP파리바의 경우 거래 대상국이 수단, 이란, 쿠바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제재대상국들이고, 결제도 달러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국 검찰이 의심하는 것은 앤코래 대표 정모씨가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을 두바이 수출업체 대신 다른 나라 9개국 계좌와 아들 명의의 미국 계좌에 입금하는 데 기업은행이 관여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미국 뉴욕 지점의 준법감시인이 앤코래의 해외송금을 의심거래로 보고했고, 이후 이란에서 앤코래와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다른 중개무역 거래도 자진해서 그만뒀다.
한국 검찰은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지난해 기업은행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앤코래가 이란으로부터 받은 돈을 두바이 수출업체 대신 제3자에 달러로 지급하면서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이를 기업은행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임직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미국의 경제제재 위반과 관련한 ‘초국가적’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BNP파리바 벌금 처분에 대해 “BNP파리바의 행위는 프랑스나 유럽 법률에 따르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7월 이와 관련, “미국 달러화 결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은 “달러 결제는 어떤 국가와 하더라도 미국 금융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와 관련한 미국법 위반 문제가 생기면 미국 정부에서 사법권을 행사한다”며 “경제제재 위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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