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돌 맞은 제일모직 패션펀드 'SFDF'…"스타디자이너 육성 숙원 이룰 때까지"

입력 2014-11-25 14:48   수정 2014-11-25 15:25

[ 오정민 기자 ] 올해로 열 돌을 맞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가 수상자로 디자이너 계한희 씨와 박종우 씨를 선정했다.

SFDF는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2005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조성한 한국계 패션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이다. 미국 뉴욕 패션스쿨인 파슨스를 졸업한 이 사장이 세계 패션시장을 이끌 만한 스타 디자이너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젝트다.

25일 제일모직은 제10회 SFDF 수상자로 디자이너 계한희 씨와 박종우 씨를 선정했다. 두 디자이너는 서울 뿐 아니라 뉴욕과 도쿄와 같은 패션도시에서 개성있고 창의적인 의상으로 주목 받는 신인 디자이너란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수상자는 1년간 창작 활동을 위한 후원금 10만달러(약 1억1100만원)와 홍보 등 지원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

상금은 디자이너가 해외에서 일년에 두 차례의 컬렉션을 진행할 수 있는 금액으로 책정했다고 제일모직은 전했다. 재정적인 뒷받침 외에 각국 현지법인을 통한 홍보 활동도 지원한다.

박종우 디자이너는 "도쿄 컬렉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 디자이너들이 받을 수 있는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SFDF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한희 디자이너는 "뉴욕 컬렉션에서 활동할 때는 자금 외에 홍보 측면의 인프라도 중요한데 SFDF가 이 같은 지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국내 매체에는 노출이 많이 됐지만 뉴욕에서는 '초신인' 브랜드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일모직은 총 17팀(중복 수상 제외)의 디자이너들에게 250만달러(27억8300만원)를 지원했다. SFDF는 한 사람이 최대 3회 연속 수상할 수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재목에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제일모직의 전략이다. 과거 정욱준 제일모직 상무와 최유돈 디자이너가 3년 연속으로 수상한 바 있다.

그동안 지원받은 디자이너들의 성과도 빛났다. 1회 수상자인 두리정은 2011년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 입고 나타난 드레스의 디자이너로 주목받았다. 2009년부터 3년간 수상한 정욱준 상무는 제일모직에 입성해 남성복 '준지'로 파리 컬렉션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스티브J&요니P, 최유돈, 최철용 등과 같은 쟁쟁한 디자이너들이 여러차례 수상했다.

제일모직 측은 이 같이 기업이 무상으로 신진 디자이너 후원을 위한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자부했다.

이어 K-패션 성장을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키운다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SFDF 수상자와 제일모직 브랜드와의 협업(콜라보레이션) 등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후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주백 SFDF 사무국장은 "10년간 지원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더 왕'과 같이 세계 패션업계를 이끌 수 있는 디자이너가 나오지 못했다"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육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고 있지만 앞으로 소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전략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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