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동성 함정'] 배신당한 超저금리…기업들 "불황에 규제 첩첩, 투자할 곳 없다"

입력 2014-11-25 20:45   수정 2014-11-26 11:28

마켓인사이트 - 일본식 장기불황 조짐

현금 굴릴 데 없고 유보금에 과세 움직임
하반기에만 20여社 회사채 1000억 순상환
실물경제 활력 실종…경기침체 심화 우려



[ 이태호 /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25일 오후 3시34분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7일 3년 전 연 4.0% 금리에 발행한 5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갚았다. 시장 금리가 떨어져 연 2.3%의 금리로 회사채를 다시 발행할 수 있는 데도 빚을 갚아버린 것이다. 이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9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올해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9월 말까지 영업이익은 9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 줄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 투자가 아닌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을 택한 것은 그만큼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본 것이다.


○기업들의 ‘부채 다이어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서만 GS칼텍스(3000억원), 삼성증권(3000억원), 대우조선해양(3000억원), 현대제철(2000억원), 우리금융지주(1800억원), 현대백화점(1500억원), 기아자동차(1100억원), 삼성SDI(1000억원) 등 우량 대기업 20여곳이 새로운 회사채 발행 없이 각각 1000억원 이상의 만기 도래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올 들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한 대기업 재무담당자는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저성장체제가 고착화되는 것 같아 ‘수비형 경영’을 택했다”며 “보유 현금이 넉넉하고 대규모 투자지출 계획이 없어 유동성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금 운용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 유보금 과세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현금 보유가 부담스러워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저금리 탓에 단기금융상품이나 채권에 돈을 묻어둬 봤자 남길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다”며 “유보금 과세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차라리 빚을 갚는 게 낫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알짜자산을 팔아 차입금을 갚는 우량 기업들도 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일 KCC 보유 주식을 처분해 415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 돈은 부채 감축에 쓸 계획이다.

하루 앞서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2860억원어치의 포스코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동안 필요할 때마다 연 2%대 금리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손쉽게 현금을 마련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 과잉은 해소되지 않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투자를 축소하고 보유 현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대 일본 닮은꼴”

일부 전문가는 기업들의 부채 감축 움직임을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진입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설비 투자금액은 지난 2분기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6% 줄어 기업들의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일본의 경우 1992년과 1993년에 10%가 넘는 설비투자 감소율을 나타냈다.

일본은 1991년 연 6%였던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해 1999년에는 0%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 설비 투자를 줄이고 이에 따른 잉여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 일본의 금리 인하 정책에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기업 자금수요 감소로 금리를 인하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며 “한국 기업들의 자금수요 감소는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을 동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지만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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