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름만 들려도 청탁 간주…청탁수첩에 두명 기록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은행연합회장 내정說 전혀 사실 아니다"
[ 장창민 / 김일규 기자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른바 ‘KB사태’로 KB금융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에 경영관리 능력을 심도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같은 날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금융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이 안 나오면 (LIG 측과) 계약을 연장하겠다”며 강한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남에 따라 LIG손해보험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사 거쳐 다음달 결론낼 것”
신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현안 질의를 받고 “KB금융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상황을 보면 (인수 승인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KB금융의 경영관리 능력을 검토한 후 판단이 서야 한다”며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외형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자체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위원장은 승인에 앞서 KB금융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12월 초쯤 KB금융의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부문검사를 시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중 금융위 회의를 열어 (인수 승인에 대한) 가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윤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LIG손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LIG손보를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여전하지만, 최종 승인은 금융위가 하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연내 LIG손보 편입 승인이 안 난다면 (LIG 측과) 계약 연장 등을 포함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 지체 시 페널티(벌칙)에 대한 협상 내용은 공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이어 “금융당국에 LIG손보 인수 필요성과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른 시일 내에 신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사외이사 사퇴 여부 문제에 대해선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회장·행장 겸임 길어질 것”
윤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인사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청탁 수첩에 두 명이 기록됐다”며 “이미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를 요구한 게 아니더라도 인사 청탁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사람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말만 전해 와도 청탁으로 간주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행장을 겸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기간을 못 박을 수는 없다. 은행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해선 “장점인 소매영업을 더 강화하고, 중소기업 영업력과 자산관리(WM) 분야 경쟁력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모바일뱅킹 확대 의지도 밝혔다. 영업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본부가 아닌 지점이 팔고 싶은 상품을 정하도록 자율권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 LIG손보 등 현안에 집중하는 대신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설’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사가 있을 때마다 근거 없이 내정설이 돌았다”며 “(은행장들이 몰랐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은행장들이 왜 몰랐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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