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2조 빅딜'] 한화 왜 샀나…승부사 김승연의 결단…"化學·防産 글로벌 톱 되겠다"

입력 2014-11-26 22:41  

화학·방산 국내 1위
방산 매출 9조로 2배 ↑…유화 매출 18조 '최강자'

시너지효과 기대
방산 전자부문 영역 확대…15년만에 정유업 재진출

과감한 베팅
화학·에너지·보험 이어 '네번째 승부수' 주목



[ 박영태 기자 ]
한화그룹이 2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삼성그룹의 화학·방산 사업을 인수한 것은 ‘석유화학·방위산업의 글로벌 챔피언이 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단번에 석유화학과 방산 분야 국내 1인자의 자리에 올라선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역량을 끌어올린 뒤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한화의 승부 전략이다. 물론 이번 투자가 결실을 맺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공급 과잉, 중국 등의 추격으로 석유화학 경기가 언제 되살아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방산 사업도 경쟁이 치열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분야다.

◆화학·방산 전업화에 승부수

한화는 올 들어 한화L&C의 건재사업 부문과 제약회사 드림파마 등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석유화학 태양광 등 주력사업의 수직계열화에 집중해왔다. 글로벌 시장 도전을 위한 체력을 다지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이번 인수는 그룹의 모태가 돼온 방산과 유화 사업의 위상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일거양득’의 노림수라는 평가다.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몸집불리기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포함한 한화의 방산사업 매출(지난해 말 기준)은 5조8306억원에서 9조780억원으로 두 배로 불어나게 된다. 순수 방산 매출만 2조6000억원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IG넥스원을 따돌리고 국내 방산 1위 사업자가 됐다. KAI와 LIG넥스원의 매출 규모는 1조2000억~1조3000억원 정도다.

유화 시장에서도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한화케미칼과 여천NCC, 이번에 인수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4개 회사의 매출 총액은 지난해 기준 18조823억원이다. 유화 부문 매출 기준으로 LG화학(17조5452억원)과 롯데케미칼(16조4389억원)을 제칠 수 있다.

◆15년 만의 정유사업 재진출

사업 확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방산 부문을 인수하는 (주)한화는 기존 화약과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 및 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 방산전자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그룹 측은 “(주)한화의 산업기계 기술과 삼성테크윈의 로봇 무인화 기술 등이 통합되면 공장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등에서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화사업도 전기를 맞게 됐다. 필름 파이프 비닐 등의 원료인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에 주력해온 한화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능력이 세계 9위 수준인 291만으로 늘어나 원가 경쟁력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에틸렌 중심의 제품군도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 등으로 많아졌다.

삼성토탈 인수로 15년 만에 정유사업에 재진출하게 됐다. 삼성토탈은 2012년부터 알뜰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을 공급하며 ‘제5 정유사’로 발돋움해왔다. 한화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 한화에너지의 인천 공장과 유통망을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하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위험 무릅쓴 투자 결정”

한화 내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제4의 창업’이란 얘기가 나온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한 한화는 1980년대 초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과 경인에너지를 인수하며 화학·에너지로 영역을 넓혔고 2002년엔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사들여 금융업에 진출한 데 이은 네 번째 승부수라는 점에서다.

재계에서는 위험을 무릅쓴 김 회장의 투자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방산 부문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유화사업은 글로벌 업황 부진 등이 겹쳐 사업 리스크가 적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등을 통해 사업 효율을 제고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화산업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 위축과 글로벌 공급과잉 등의 여파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수 대상인 삼성종합화학의 주력 제품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은 대부분 중국에 수출됐으나 최근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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