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내세워 경쟁사 합병하는 하는 첫 사례…사실상 기업 LBO라는 지적도
공정위 “독과점 심사 면밀히 따져볼 것”…효성 노조 반발 ‘변수’
이 기사는 11월26일(08: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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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이 자사와 효성그룹의 패키징 사업을 합병한 후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사모펀드(PEF)를 내세워 경쟁사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새로운 형태의 인수·합병(M&A) 모델이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심사와 노조 반대 등 변수가 성사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양홀딩스, 삼양패키징+효성패키징 51% 보유한 최대주주
삼양홀딩스는 자회사 삼양패키징과 효성그룹의 패키징 사업 법인을 합병한 후 합병 법인 지분 51%를 보유할 계획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효성그룹 패키징 사업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SC PE는 합병 법인의 지분 49%를 확보한 2대 주주가 되기로 삼양사와 합의했다. 효성 패키징 사업부 매각은 28일, 합병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M&A는 업계 중위권(3위) 업체가 1위 기업을 M&A하는 과정에 PEF가 단기적으로 활용된 첫 사례다. 매각에 관계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경쟁사 입찰 참여는 회사 영업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잘 허용하지 않는다”며 “경영권이 효성에서 삼양사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PEF가 사실상 정거장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 실무진들도 계약 체결 전날 삼양패키징과 합병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효성그룹 패키징 사업부의 시장 매출은 2300억원으로 3위인 삼양패키징(900억원)의 약 3배 규모다.
◆240억원으로 5000억대 기업 경영권 인수
삼양측은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SC PE가 조성할 사모펀드(PEF)에 후순위로 24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효성패키지 인수 자금 4150억원은 자기자본(에쿼티)은 1420억원, 대출금(인수금융)은 2730억원으로 짜여졌다. 효성 패키징 사업부가 순자산 945억원 규모 삼양패키징과 합치면서 삼양이 갖게 될 합병법인의 자본은 1185억원(945+240)으로 늘게 된 반면 SC PE측 자본은 1420억원에서 1180억원으로 240억원이 줄게 된다. 삼양과 SC PE가 51 대 49의 지분 구조를 갖게 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삼양은 자사 패키징 사업부를 내놓고 240억원을 투자해 업계 1, 3위를 합친 총 자산 5000억원 규모의 기업 경영권을 갖게 된다. PEF(1180억원)와 인수금융(2730억원) 등 외부에서 끌어다 쓴 돈이 4000억원에 육박한다.
◆공정위 “독과점 심사 면밀하게 따져볼 것”… 임직원 “노조 조직 매각 전면 거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 관련 부처들도 이번 합병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처음 시도되는 분할-매각-합병 사례로 관계 법령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에 따른 독과점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페트병을 기준으로 1위 효성(30%)과 3위 삼양패키지(15%)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45% 수준이다. 하지만 그룹 내부 거래가 95% 이상인 롯데알미늄의 점유율(15%)을 제외하면 독과점 기준(50%)을 넘어선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페트병처럼 효성과 삼양이 사실상 100%를 공급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기업집단)은 기업 결합을 공정위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는 법 규정 위반 여부도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 시장 점유율 뿐 아니라 내부 거래 및 협상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다”며 “페트병 사업부의 경우 매각과 합병의 2단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6개월 이내 사모펀드의 보유 자산 재매각 금지 법령, 대기업의 SPC 출자 금지 규정 등을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경쟁사로 이직해야 할 임직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효성그룹 페트병 사업부 직원들은 인수 대상이 삼양그룹으로 확인되자 노조를 새로 조직해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관계법상 전직 동의서를 받아야 이직을 할 수 있지만 생산직 노조원들은 동의서 제출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현재 SC PE와 공동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매각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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