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디자인 대학생…국내기업 떨어지고 애플 입사 왜?

입력 2014-11-28 07:01  

경영학 카페

학벌보다 실력 중시
글로벌 기업의 인재 발굴
스펙보다 실력으로 평가

입시 지옥에 갇힌 한국 학생
대졸, 청소원 지원하는 현실
'흉내내는 짝퉁 삶' 강요보다
창의적 삶 사는 인생 유도를



2013년 이맘때 동요제의 참가곡 ‘여덟살의 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초등 1학년생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음악교사가 만들었다는데, 가사가 무척 재미있다.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마지막 반전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약간의 착잡함도 느끼게 한다. 언제부터 한국 사회는 ‘영훈초, 국제중, 민사고를 거쳐 하버드대’로 아이들의 진로를 규격화한 걸까. 최고의 학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학력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다. 허구한 날 손톱 크기만한 그림만 그리다 글로벌 기업 애플로부터 초청받아 미국에 가서 인터뷰를 하더니 덜컥 취직한 청년의 예를 보자.

홍익대에서 디지털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김윤재 씨(24)는 올해 9월부터 애플 쿠퍼티노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씨는 유학은 물론이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대기업의 정규직 입사에도 실패했다. 김씨의 특기는 특정 사물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미니멀리즘 아이콘’ 디자인이다. 지난해 10월 그는 자신의 작품을 디자인 사이트 ‘비핸스’에 공개했다. 호평이 이어졌고, 사람들이 김씨 작품을 트위터로 퍼 날랐다.

그중에는 ‘혁신적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일본계 디자이너 존 마에다 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총장도 있었다. 이를 본 애플은 김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왕복 비행기 티켓을 줄 테니 면접을 보러 오라.’ 김씨는 현재 애플 지도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이렇게 인재를 발굴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은 바 없다. 공개채용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지 못하면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손톱만한 그림만 그리는 게 무슨 소용인가. 이런 인재는 애플 정도 돼야 알아보는가 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는 어떻게 인생을 준비해야 할까. 민사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갈 것인가, 아니면 손톱만한 그림이라도 자기 분야를 개척할 것인가. 한국 사회의 대세는 고학력을 기반으로 안정적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직업가치관의 우선순위는 성취(차별화된 가치 창출)에서 직업 안정(생존보장)으로 이동했다.

해외에서는 다르게 말한다. 미국 뉴욕시장으로 12년 재직했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공식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대에 가서 연간 학비로 5만~6만달러를 낼지, 배관공으로 일하면서 그 돈을 자기 재산으로 만들지 계산해 봐야 한다.” 기술 발달 때문에 임금 상승이 정체돼 중산층 삶이 팍팍해지면 전문기술직이 경제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직업 순서를 강조해온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말이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석사 학위자가 구청 청소원 직무에 지원하는 현실에서는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남 보기 좋은 학력을 좇아 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즐기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직업을 추구하는 것이 백 배 낫다.

멋있어 보이는 삶을 살기 위해 남들을 따라 하는 것은 짝퉁의 삶이다. 자신의 적성을 기반으로 나름의 삶을 살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는 누군가를 흉내내며 살게 된다. 우리 세대는 젊은이들에게 무한경쟁 속에서 성공하고도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짝퉁의 삶을 강요하지 말자. 어른들이 만든 생각의 감옥에 젊은이들을 가두는 대신 그들의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자. 그것이 개인을 행복하게, 사회를 건강하고 경쟁력 있게 바꾸는 방법이다. 부디 다음 세대가 명품의 삶을 추구해서 행복하게 살게 되길 바란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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