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술력·혁신 의지'…강소기업, 위기에서도 희망을 쏘았다

입력 2014-11-28 21:29   수정 2014-12-02 10:21

한경·경영학회, 8개 강소기업 성공 보고서

사출성형기업 동신유압, 부도 위기에 몰려도 매출 15% R&D 투자
中企·벤처 상상력·혁신…위기 극복의 원동력



[ 박수진 기자 ]
1967년 울산에 설립된 동신유압은 사출성형기 전문기업이다. 사출성형기는 밀가루 반죽으로 붕어빵을 찍어내듯 플라스틱수지 등의 원료를 금형 안으로 쏴넣어 원하는 형태의 부품을 만드는 기계다. 동신유압은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 공세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9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매출은 반토막 났다. 2009년 200여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공장 두 개 가운데 하나를 팔아야 했다.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 속에 선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김병구 대표는 ‘기술력으로 버티자’고 이를 악물었다. 기회를 기다리며 매출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2011년이 되자 중국산 저가 제품의 불량을 경험한 대기업들이 동신유압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신유압은 기술력만으로 위기의 끝에서 희망을 건져올린 강소기업”이라며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28일 열린 국내 경영학계의 최대 학술대회 ‘2014 대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50여편의 학술 논문과 함께 8편의 강소기업 성공 분석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4월부터 대한경영학회 소속 경영학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 최고경영자(CEO) 인터뷰와 자료 분석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다. 분석 기업은 동신유압 (주)이주 디케이산업 동성화인텍 남화토건 와이즈와이어즈 미래페이퍼 MTS코리아 등이다.

심원술 대한경영학회장(한양대 경상대학장)은 “수도권과 영서, 호남권에서 8개의 강소기업을 선정하고 학자들이 6개월 동안 밀착해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며 “앞으로 이런 작업을 계속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학생과 기업인들이 사례연구를 할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경영학회는 ‘산학협동위원회’를 발족, 강소기업 연구를 위한 기획과 실행, 예산 확보, 결과물의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대표(엔젤투자협회장)는 ‘창조경영과 미래비전’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에서 “결국은 이렇게 상상력과 혁신의지를 가진 중소·벤처기업이 한국을 위기에서 건져낼 힘이 될 것”이라며 “창업과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한 개방혁신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작은 기업이 혁신을 이뤄내고, 대기업이 그런 혁신의 결과물을 사들여 다시 더 큰 규모의 혁신과 성공을 이뤄내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설립 120년 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아직도 1등을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10년 동안 500여개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꾸준히 혁신해왔기 때문”이라며 “대기업들이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축사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강소기업의 혁신을 통한 성공 사례를 장기 분석한 첫 사례로 여겨진다”며 “앞으로 의미 있는 연구물이 더 많이 나와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재기에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때에 ‘창조경영과 강소기업’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린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강소기업 연구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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