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시장 격변] 美 '셰일혁명' 맞서 OPEC '油價파괴'…석유 패권전쟁 불 붙었다

입력 2014-11-30 20:52  

WTI 하루새 10% 급락…66.15弗까지 떨어져
재정난 러시아·이란·시리아…출혈생산으로 비상사태



[ 이심기 기자 ]
“셰일 붐을 ‘실패작(bust)’으로 만들겠다.”

러시아 2위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레오니트 페둔 회장은 지난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7일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제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미국의 셰일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해 가격파괴 전쟁을 벌이겠다는 설명이다.

◆“유가 60달러 밑돌 수도”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은 배럴당 66.15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0.23%, 7.54달러나 빠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1년 5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 유가 수준 역시 2009년 9월25일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같은 날 런던 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3.53% 하락하면서 배럴당 70.02달러까지 밀렸다. WTI가 하락률이 더 컸지만 전날 추수감사절로 뉴욕의 상품시장이 열리지 않아 이틀치 하락분이 한꺼번에 반영된 영향 때문이었다. 이는 OPEC의 좌장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반대하고 OPEC의 하루 평균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미국의 일간 USA투데이는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게 사우디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페둔 부회장은 셰일 붐을 과거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에 비유하며 “규모가 작은 셰일기업들은 짐을 싸고 시장을 떠나도록 만들겠다는 게 OPEC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유가의 추가 하락을 기정사실화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밀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토니 로스 윌밍턴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는 지금 현재로선 바닥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배럴당 60달러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화된 생존게임…승자는 누구

USA투데이는 OPEC의 감산 결정이 미국 석유업계에 고된 훈련의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셰일원유 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35~75달러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생산원가가 높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셰일원유는 시추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며 “WTI 가격이 75달러를 밑돌면 중소규모 업체를 시작으로 생산 중단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러시아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역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28일 러시아 루블화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가치가 전거래일보다 2.3%나 하락하면서 달러당 50.27루블까지 밀렸다. ‘1달러=50루블’이 깨진 것은 사상 처음으로 원유를 포함, 에너지 부문이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러시아 경제가 저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 외에 이란과 시리아 등 재정이 취약한 일부 OPEC 회원국은 생산량을 약속한 쿼터보다 늘릴 것으로 보여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압박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우디 역시 재정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유가가 100달러여서 출혈이 불가피하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조만간 나올 미국의 11월 원유생산량 지표가 OPEC의 가격 압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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