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부의된 정부안 폐기
증액 심사 비공개로 진행
'쪽지예산' 기승 부릴 듯
[ 이태훈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새해 예산안 법정 심사 기한인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결위 활동은 이날로 끝났지만 예결위원들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까지 심사를 계속한 뒤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홍문표 예결위원장(새누리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본회의 자동 부의를 몇 시간 앞둔 이 시점까지도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여야는 그동안 예결위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합의한 수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12월2일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정상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예산 심사 지연 이유에 대해 “예결위 심사 종료를 불과 이틀 남긴 시점에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 대한 예산안 지원이 결정돼 우리 위원회에 넘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예결위가 11월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12월1일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했다. 예결위는 이날까지 예산 심사를 끝내지 못해 ‘위원회 안’을 만들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하지만 여야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까지 비공식적으로 예산안 협의를 계속해 정부 원안에 대한 수정동의안 형태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예산안은 국회의원 50인 이상 찬성이 있으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 여야는 2일 본회의에서 정부안 대신 수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예결위 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 시행 첫해인 만큼 예결위 활동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예결위 심사 기간을 늘리면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되는 장치가 없어지고, 예년처럼 연말까지 예산 심사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동안 예결위는 예산 심사를 90% 정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 묻자 “양당이 따로 수정안을 낼 수도 있고 정부안으로 갈 수도 있다”며 “(여야가 따로 수정안을 내는)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지금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예결위에 증액을 요구한 예산은 16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간사는 예결위에서 감액한 3조원 내외만 증액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증액할 수 있는 예산 규모가 의원들의 요구와 차이가 크고, 증액 심사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쪽지 예산’이 난무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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