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 선거 참패…兩岸관계 '먹구름'

입력 2014-11-30 22:15  

창당 65년 만에 최대 패배
지방선거 22곳 중 6곳만 승리…마잉주 黨주석 사퇴설 나돌아

親中노선 제동 걸리나
"기업들 中 이전…일자리 감소"
젊은층, 집권당에 등 돌려…서비스무역협정도 차질 우려



[ 김동윤 기자 ] 대만의 집권 여당인 국민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949년 창당 이후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 국민당은 전국 22개 직할시·현(縣)·시(市)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15석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6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친중국 노선을 견지해온 마잉주 대만 총통이 국민당 주석직을 사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집권 국민당, 창당 이래 최대 참패

30일 대만의 뉴스전문채널 TVBS 등에 따르면 국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총 22곳의 광역단체장 중 6곳의 자리만 얻는 데 그쳤다. 지방선거 직전의 15곳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타이중, 타오위안 등 주요 직할시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4개 직할시를 비롯해 총 13개 광역단체장 자리를 차지했다. 1986년 창당 이래 최대 승리다. 이번 선거로 민진당은 그동안 대만 중부지역에 국한됐던 지지 기반을 북부로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장이화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은 지난 29일 저녁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마 총통도 이날 오후 9시께 국민당 중앙선거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국민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당 내부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대만 언론들은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마 총통이 조만간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양안 ‘밀월관계’ 급제동 전망

영국 BBC방송은 “이번 지방선거는 대만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국민당의 이번 선거 참패는 마잉주가 2008년 집권 이후 추진해온 ‘친중(親中)’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마 총통 집권 전까지만 해도 양안관계는 군사적 충돌을 걱정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 총통은 취임 이후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 등 3개 분야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대삼통(大三通)’ 정책을 추진했고, 2010년에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대만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중국과의 조속한 서비스무역협정 발효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대만 유권자들은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만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5~6%대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2년간은 1~2%대에 머물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의 일자리는 줄고 임금 상승률은 정체된 반면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대만 젊은이들은 최근의 성장률 정체가 대만 주요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만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反)중 정서가 확인됨에 따라 향후 중국과 대만 간의 협력관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 총통은 최근 “서비스무역협정 핵심 후속협상을 임기 내(1년6개월) 마무리짓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상보다 큰 패배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중국 국무원이 30일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양안 동포들이 어렵게 얻은 양안관계 성과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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