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맥 활용…미래 新사업 '큰 그림'
[ 주용석 기자 ] 삼성 사장단 인사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원이 7개월째 지속되면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삼성 내부 평판은 한마디로 “보기보다 집요하고 섬세하다”로 모아진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실무보다 큰 틀에서 맥을 잡아주는 화두경영 스타일인 반면 이 부회장은 디테일(세부사항)에 강하고 실무를 정확히 파악한 뒤 방향을 잡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 삼성 계열사 사장은 “이 부회장은 궁금한 게 있으면 계속 질문해 사안의 본질을 이해한 뒤 해법(경영 전략)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통찰력에 의존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이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등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한화에 넘기는 과정에서 과감한 실행력을 보여줬다. 한화가 지난 8월 “방위사업 부문을 사고 싶다”고 제안하자 “석유화학 부문도 함께 사가라”고 역제안했고 그로부터 3개월 만에 외환위기 이후 최대 빅딜(대규모 거래)을 성사시켰다.
합리적 사고는 주요 의사 결정에서 거듭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삼성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사회적으로 비판받자 이 부회장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돈이 좀 들더라도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후 계열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 최근 1년간 순환출자 고리를 30개에서 10개로 줄였고 남은 고리도 2~3년 내 모두 정리할 방침이다.
두터운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삼성의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서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친분을 쌓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장례식 때도 초청받았다. 일본(게이오대 석사)과 미국(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수료) 유학 덕분에 영어와 일어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고 글로벌 감각이 탁월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이 부회장은 ‘황제경영’ 스타일의 아버지와 달리 겸손하고 온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며 “이런 성격이 까다로운 정보기술(IT) 인재를 붙잡고 글로벌 기업과 제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도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닐 만큼 소탈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부사장 이상 승진자에게는 해당자 명의로 ‘기부 증서’를 선물해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물려받은 사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산다. 이 부회장은 평소 “(이건희) 회장님의 성공 DNA는 ‘졸면 죽는다’는 투쟁의식”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기업 간 거래(B2B), 바이오, 금융 등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을 더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차기 리더로서 이 부회장에게 거는 사회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평론가 복거일 씨는 지난 9월 삼성 사장단 대상 강연에서 “이 부회장이 (자신만의) 꿈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그래야 꿈을 좇는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더라도 이해받고 넘어지더라도 덜 아프게 넘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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