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변화보다 안정 택한 삼성…검증된 베테랑에 '위기 돌파' 특명

입력 2014-12-01 21:16   수정 2014-12-02 04:11

실적호전 반도체 부상…무선사업부 위축

IT모바일 사장 7명→3명으로 줄어
부품·소비자가전은 각각 1명씩 늘어



[ 남윤선 기자 ]
‘반도체의 부상, 무선의 몰락.’

삼성그룹이 1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세대교체를 위한 쇄신 인사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면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권오현 DS(부품)부문 부회장,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모두 유임된 이유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경험 많은 백전노장들에게 중책을 계속 맡긴 게 특징이다. 경영승계를 앞두고 인사를 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란 평가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따라 승진자는 확 줄었다. 올해 사장 승진자 수는 전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명이다.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조원 이상 감소한 IM부문 사장 수는 기존 7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DS부문 사장 수는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CE부문 사장 수도 2명에서 3명으로 증가했다.

○성과있는 곳에 보상

신상필벌 인사 원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김현석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의 사장 승진이다. 김 사장은 1961년생으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곤 가장 젊은 사장이 됐다.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TV 사업을 9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려놓은 공이 크다는 평가다.

올해는 세계 최초의 벤더블(휘어지는) 초고화질 TV 등을 내놓으며 기술적으로 업계를 선도했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중국에서 휴대폰이 샤오미 등에 시장을 크게 빼앗긴 것과 달리, TV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너무 건강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업무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태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을 삼성전기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내에서 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3분기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영업이익 161억원)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탓이다.

하지만 이 사장이 경쟁사를 압도하는 커브드(곡면) LCD 패널을 개발해 삼성전자 TV의 세계 1위 수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자 과감히 승진시킨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개발 쪽 근무 경험도 있어 도전에 직면한 삼성전기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악화는 책임 물어

실적이 저조한 사업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해 온 신종균 사장이 유임되고 이돈주 IM부문 전략마케팅 담당 사장이 물러난 것은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마케팅에 있었다는 내부 분석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2, 3분기 실적 부진의 상당 부분은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재고가 지나치게 늘어 이를 처리하느라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답지 않은 경영”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실적이 부진한 삼성SDI와 삼성전기 사령탑을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제일기획으로 이동시킨 것은 합병 재추진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인맥들이 약진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이날 승진한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이윤태 사장은 모두 DS부문에서 반도체 개발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DS부문은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많은 사장을 보유한 조직이 됐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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