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로레알이 아모레퍼시픽을 인수한다?’…글로벌 화장품의 韓시장 공습경보

입력 2014-12-02 09:02  

로레알·에스테로더, 2~3년째 아모레·콜마 등 국내 화장품사 인수타진
'기초화장품 기술력 갖춘 韓업체 사서 중국공략'..한중FTA로 구애 더 뜨거워질듯



이 기사는 11월27일(04:2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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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과 에스테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회사들을 기업 인수·합병(M&A) 대상에 올려놓고 지속적으로 태핑을 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됨에 따라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의 구애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레알은 지난 2~3년전 부터 복수의 외국계 증권사들을 통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대형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인수를 타진해오고 있다. 에스테로더 역시 국내에 진출한 유럽계 증권사를 통해 중대형 화장품 업체 인수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방한해서 M&A나 합작법인(JV) 설립을 제안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中·남미시장 공략하고 美 안방 지켜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국내 화장품 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기초화장품, 특히 스킨케어 제조기술이 뛰어난 한국 화장품 업체를 사들여 스킨케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국과 남미,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로 요약할 수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미국과 유럽시장을 벗어나 새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남미는 고급 화장품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에 불과할 정도로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문제는 기초화장품 경쟁력이 한국과 일본에 뒤진다는 점이다. 인종적인 특성상 색조화장품이 주류를 이루는 유럽과 미국에서 성장해온 전통 때문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로레알과 에스테로더 등 전세계 색조 화장품 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상위 10개사들이 55~6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초화장품 점유율은 50% 미만인데다 갈수록 일본과 한국에 밀리고 있다. 클리니크 등의 기초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에스테로더는 지난 3분기 스킨케어 부문 매출이 7% 감소했다. 파브리지오 프레다 에스테 로더 최고경영자(CEO)가 이달초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제품이 강세라는 추세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미국시장에서 BB크림과 CC크림이 유행하면서 기초화장품 경쟁력 강화는 ‘안방사수’를 위한 필수과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업체들의 빈틈을 한국업체들이 빠르게 공략한 결과 올 상반기 한국의 화장품 수출규모는 5억7000만달러로 1년 만에 27.1% 늘었다.

지금까지 기초화장품 업계를 장악한 쪽은 시세이도 SKⅡ 등 일본이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기술개발이 활발해지고 2000년 이후 수출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2008년을 기점으로 전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은 일본을 따라잡았다.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의 기업가치(아모레G 포함)가2011년 3월 일본 시세이도를 추월하기도 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의 시선이 일본보다 한국에 쏠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으면서 기술력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이미 로레알, 메리케이, 존슨앤드존슨 등 30여 글로벌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기술력을 검증받은 상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류열풍에 힘입은 브랜드 인지도 또한 높아서 중국과 남미시장에 진출하기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한중FTA, 글로벌 브랜드 '고백' 계기될까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의 구애는 속으로 애만 태우는 짝사랑이었다. 매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300개 이상의 업체가 경쟁하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경영권 매각이 진행되는 곳은 코리아나화장품이 유일하다. 그나마 매각협상을 벌이는 곳도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업체의 경영진들은 기업가치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화장품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의향은 있어도 경영권을 내놓으려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및 남미시장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기업가치는 글로벌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인수를 제안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졌다. 11월21일 기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연초대비 각각 128%와 12.3% 뛰었다.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1~2위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4월 분할이후) 주가 역시 77%와 31.9% 올랐다. 로레알의 미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을 인수한 코스맥스의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한국 화장품 업체가 외국의 화장품 제조사나 판매유통망을 사들이는 추세다.

짝사랑으로 끝나는 듯 했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끈질긴 구애는 한중FTA 체결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고관세 적용을 받았던 국내 화장품은 관세가 철폐되는 한중 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 2~3년간 비공식적으로 인수의향만 타진해 왔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화장품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의 M&A 변호사는 "지금까지 글로벌 브랜드들의 인수대상은 국내 대형 업체에 국한됐었다”며 “앞으론 화장품 제조업체와 원료 생산업체, 대형과 중소형 업체 모두가 인수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이유정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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