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평가, ‘소니7 대 아마존2’서 시장 ‘0 대 100’된 이유

입력 2014-12-02 13:44  

사람들은 “전자책, E-Book”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아마존의 킨들’을 떠올립니다. ‘킨들 = 전자책의 대명사’가 됐다는 얘긴데요. 사정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킨들이 전자책의 원조가 아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원조는 누구인데?”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 김나경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일본 소니가 2004년에 내놓은 ‘리브리’ LIBIRIe‘ 브랜드가 세계 최초의 상용 이북이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나경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소니는 이 보다 훨씬 앞선 197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이잉크 E-ink 기술의 사용권을 사들여 이른바 ‘이북’으로 불리는 제품을 최초로 일본시장에 선보였습니다. 당시 리브리는 디자인이 훌륭하고 기술적으로 독보적 제품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러나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 실패라는 건데요. 기술의 소니는 절치부심 2년 뒤인 2006년 최초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미국에서 다시 이북 ‘리더’를 내놨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이북은 수요가 없는 시장’으로 낙인 찍힐 분위기가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11월 아마존의 ‘킨들’이 등장했습니다. 아마존 킨들은 소니의 리더와 달리 소비자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폭발적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로부터 8년의 세월이 흐른 2014년, 킨들에 대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소니는 마침내 전자책을 유통하는 리더스토어를 미국, 유럽 등지에서 철수하며 “더 이상 이북을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LG경제연구원 김나경 책임연구원이 오늘 12월 1일 발표한 보고서 ‘고객 통찰력 없는 혁신 기술, 기업을 함정에 빠뜨린다’에 첨부한 이미지 하나 보겠습니다. 이는 2000년대 후반 전문가 [미국 IT전문매체 엔가젯 진행]들이 소니의 전자책 ‘리더’와 아마존의 이북 ‘킨들’에 대한 평가 결과인데요. [자료출처=LG경제연구원 보고서]

보시다시피 보유 도서량, 사용편의성, 디스플레이/가독성, 배터리, 포맷지원, 저장공간, 내구성, 디자인, 휴대성으로 구성한 9개 평가 항목에서 소니의 ‘리더’가 7개 부문에서 킨들에 ‘리드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소니 제품이 기술적으로 압도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입니다.

형편이 이런데도 킨들은 이북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소니의 이북 사업은 오늘날 ‘퇴출’ 운명을 맞은 것은 왜일까? 김나경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객통찰력의 차이가 이들의 운명을 갈랐다“고 설파합니다.

김연구원은 “제품이 고객,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가 제공하는 가치로는 불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품과 관련한 고객의 욕망, 사용동기, 사용환경,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충분하게 매력적인 가치제안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장의 성공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예컨대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마존의 경우 그 미션이 지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기업이 되는 것을 잡고 있으며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인 이북을 개발할 때도 결코 이 점을 잊지 않았다고 김 책임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킨들이라는 제품 자체는 소니의 이북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방대한 양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즉시 그리고 쉽게 제공받길 원한다’라는 고객 통찰력을 무선 연결과 아마존 스토어를 통해 구현했다는 해석입니다.

반면 소니의 이북은 세분화된 그레이 스케일 톤 조절과 같은 제품 자체를 향상시키는데 더 집중하였지만 책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 PC와 연결되어야 했고 방대한 이북 DB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고객 통찰력 측면에서는 부족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김나경 책임연구원은 “기술은 목적이 아니고 시장 성공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잊는다면 어느 기업이나 시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기술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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