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A 업체는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에 '섀도우보팅(Shadow Voting·의결권대리행사제도)'을 신청해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회사는 내년 섀도우보팅 폐지를 대비해 임기가 남은 감사를 올 주총에서 재선임했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 지분이 25% 미만이고 5% 이상 주주가 한 명도 없어 주총 성립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하며 "향후 최대주주 지분을 늘리는 등의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1일 섀도우보팅 폐지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상장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최대주주 지분과 배당수익률이 낮은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이 우호적인 의결권을 획득하기 위해 공격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펼 것이란 예상에서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2일 "섀도우보팅이 폐지되면 현재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기업이 직접 서면 혹은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모집하는 것"이라며 "이들 모두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획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주와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섀도우보팅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을 참석한 것으로 가정해 의결권이 행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지난해 소액주주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섀도우보팅 폐지를 계기로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해당 회사의 지분율이 높았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중심의 정책을 펼쳤던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다.
모 코스닥 업체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총 안건들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감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호적인 의결권 획득에 사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주총회에서 보통결의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25%와 출석주주의 50% 찬성이 필요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선임의 건이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감사선임의 건에 한해서는 총 발행주식의 3% 밖에 행사할 수 없어서다. 기업들이 올해 임시주총을 열어 감사선임의 안건을 조기 처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지분이 25% 미만이고 2대주주 지분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경영권 분쟁 소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섀도우보팅 폐지시 나타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25% 미만인 기업들 중에서 그동안 주주친화정책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소홀했던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전체 주주 구성 중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기업들에 이 같은 현상이 더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25% 미만이면서 배당수익률 1% 미만과 자기주식비율 2% 미만을 모두 만족하는 곳은 총 48곳이다.
이중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이 가장 낮은 곳은 마크로젠(10.46%), 레드로버(10.71%), 금호산업(10.74%), JB금융지주(11.07%), 루멘스(12.26%), 바이오스마트(12.58%), 엑사이엔씨(13.79%), 엔알디(14.34%), 바른전자(14.43%), 이엠텍(14.85%) 순이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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