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유관 기관과 기업, 일본 관련 전공 대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해외사업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김세영 씨(25)는 "평소 비관세장벽 등 일본 현황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없었는데 자세히 알게 돼서 좋았다" 며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경제에 관심이 많은 주부 이현지 씨(51)는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따라간다고 하는데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포럼에 참석했다" 며 "특히 내년에 세계 경제 속 한일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지 궁금하다" 고 열의를 드러냈다.
이날 포럼의 시작은 '2015년 한일경제의 향방'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이 열었다.
이 부회장은 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평적 분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과당 경쟁보다는 양국의 강점을 살려 산업 내 분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기술력과 경험이 한국 중소기업의 우수한 인력과 접목됐을 때 생산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며 "제3국에서 자원·인프라를 개발할 때도 한일이 협력하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협력의 토대가 돼야 할 양국의 정치적 관계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가 '동북아 질서와 한일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이 교수는 "당장 위안부 이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자세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며 "오랜 정치적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화의 문을 닫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도 해당 이슈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언급했다.
일본의 농업과 관련한 최신 현황과 분석도 나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춘규 경제학 박사는 최근 6차 산업으로 주목받는 농업과 관련, '일본 농산물 직매장 성장 요인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박사는 "일본은 1993년 농산물 직매장이 생긴 후 그 수가 올해까지 2만3560개로 급증했다" 며 "일본의 농산물 직매장 성장은 생산자, 소비자, 정부가 하나로 기능하면서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농산물 직매장은 농산물을 생산한 농업인이 직접 가공해 가격을 결정하고 지역 소비자에게 파는 판매장의 한 형태다.
일본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은 '기사로 보는 한일 경제의 진실'을 주제로 일본과 경제에 대한 객관적 인식에 대해 강연했다.
최 국장은 "국내 언론에서 일본과 일본 경제를 기사로 다루는 경향을 보면,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 국내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큰 모습을 보인다" 며 "감정적인 '일본 때리기'나 무조건적인 '일본 배우기'가 아니라 장·단점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후 강연에도 각계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 기업인의 경영철학부터 한·일 양국간 산업별 변화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한·일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오후 첫 강연을 맡은 허남정 에스포유 회장은 경색된 한일관계를 푸는 해법으로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되짚었다. 허 회장은 27년간 한일경제협회 전무로 일하며 박 전 명예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는 "박 전 회장이 일본과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감정을 배제하고 일본을 바라봤기 때문" 이라며 "그는 늘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배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비관세장벽 실상과 극복방안'을 주제로 여섯 번째 강연에 나선 요시모토 코지 경상대 교수는 일본 시장의 비관세 장벽으로 '엄격한 검사 절차', '까다로운 표준 및 인증제도', '폐쇄적인 유통관행', '공개입찰에서의 차별' 등을 사례로 들었다.
요시모토 교수는 "일본 시장은 한 번 자리 잡으면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확고해기 때문에 '비관세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이상은 투자가 필요하다" 며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사공목 KIET 연구위원은 최근의 엔저 현상에 대한 해법으로 과거 일본 기업들의 환율 대처법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공 위원은 "일본 기업과 경합도가 큰 분야에서 엔저 현상이 큰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며 "일본의 엔화 강세 시기의 대책들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벤치마킹 전략으로는 소재부품 분야 등에서의 '온리 원(Only one)', 노사 관계 개선, 합리적 기업 문화 확대 등을 사례로 들었다.
포럼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이형오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의 종합상사의 경영전략을 시대별로 설명하며 국내 종합상사의 생존전략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서 수입, 국내유통, 3국간 무역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한다"며 "자원의 개발 및 생산 분야에 대한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의 개발과 생산은 중소기업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한 일본경제포럼은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공동 주최로 열렸다. 한국과 일본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학계·재계·언론계 전문가들이 양국의 경제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최유리·김근희·장세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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