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치 하락에 만성적 인플레…쌀 1㎏ 가격 10년만에 100배로

입력 2014-12-02 21:20  

김정은 집권 3년…격랑의 북한경제


[ 김유미/전예진 기자 ]
북한 담배는 한 갑에 북한돈으로 1원이다. 달러로는 1센트, 한국돈으로는 10원이다. 한국 담뱃값이 곧 2000원 올라 4000원대가 되면 북한 담뱃값의 400배에 이른다. 남북의 커다란 물가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북한의 담뱃값은 큰 의미가 없다. 국영가게 및 배급 때나 활용되는 국정가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수 식량을 제외한 품목들은 배급 목록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북한을 자주 오가는 옌볜의 한 사업가는 “시장가격은 훨씬 비쌀 것”이라며 “나진 등 접경 도시의 시장 물가는 옌볜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물가는 꾸준히 올랐다. 쌀 1㎏의 시장가격은 2002년 북한돈 60원이었다가 2009년 중반 2200원까지 상승했다. 2009년 11월 화폐개혁으로 1000원대 밑으로 잠시 떨어졌지만 다시 올라 2012년엔 6000원대에 달했다.

화폐개혁으로 북한돈 단위가 줄어들었는데도 화폐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가깝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은 “화폐개혁 이후에 기업 대출 증가 등으로 통화 공급이 늘었다”며 “하지만 대부분이 시중 현금으로 떠돌면서 인플레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은행 예금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외화 선호 현상이 심하다 보니 집 안에 북한 돈을 쌓아두려는 수요가 적다.

북한 체제 바깥에 비공식 시장이 커진 것도 인플레 원인으로 지적된다. 암시장에서는 늘 공급이 부족하니까 시장가격이 높다. 그래서 다들 공영 시장을 나와 암시장으로 가게 된다. 화폐가 주민들 사이에서 자체 순환하면서 화폐량이 늘어난다.

비공식 경제가 성장 중인 북한으로선 인플레가 또 다른 고민인 셈이다.

화폐개혁은 실패라는 평가가 많다. 시장을 억누르려는 북한의 시도는 대부분 그랬다. 2009년 1월 식량 매매는 국영 양곡판매소에서만 가능하게 했지만, 국정가격이 시장보다 싸다 보니 상당량의 식량이 암시장으로 흘러갔다. 공산품도 국영상점에서만 유통하려고 했지만 물품 종류가 적어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주민 반발을 이기지 못한 북한은 2010년 시장 전면 허용으로 돌아섰다.

한은은 북한의 생필품 가격을 한국의 3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쌀 시장가격은 남한 가격의 27~39%다. 냉면 한 그릇은 ‘북한 원’으로 5000원, 달러로 환산하면 62센트다. 한국 원으로는 677원이 된다. 서울에서 냉면 한 그릇이 평균 8000원(지방물가정보 기준)이니 한국돈으로 북한 냉면 11그릇을 먹을 수 있다.

김유미/전예진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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