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그룹 사장 승진·전보자 분석
37명 중 15명이 현장서 잔뼈 굵은 전문가
50대 SKY大 출신 많아…공대 15명 최다
[ 주용석 / 남윤선 / 유승호 기자 ]
올해 재계 사장단 인사에서 현장을 잘 아는 ‘야전사령관형 최고경영자(CEO)’가 약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장 승진·전보자의 40%가 현장 전문가 출신이다. 국내외 경영 여건 악화와 실적 부진에 직면한 주요 대기업들이 위기 돌파 카드를 찾는 과정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3일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한 삼성, 현대차, LG,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등 7개 그룹의 사장 승진자 및 전보자 37명을 분석한 결과다.
○신임 사장 40%가 현장 전문가
전체 사장 승진·전보자 37명 중 15명이 현장 전문가였다. 급격한 실적 악화로 사장 승진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삼성이 대표적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TV 담당 사장, 전영현 메모리 담당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등 사장 승진자 세 명 모두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김 사장은 20년 넘게 TV 등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 근무하며 삼성이 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 사장은 옛 LG반도체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로, 2000년 삼성으로 옮긴 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올해 적자전환한 삼성전기의 소방수로 투입된 이 사장도 재무전문가가 아닌 시스템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부품 전문가다.
LG 인사에서 고졸 출신 ‘세탁기 박사’로 불리는 조성진 LG전자 가전 담당 사장이 에어컨 부문까지 총괄한 것이나 노환용 에어컨 담당 사장이 신설된 B2B(기업간 거래) 담당 조직 수장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그룹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하경진 현대삼호중공업 사장도 정통 조선 전문가로 꼽힌다.
작년과는 뚜렷하게 다른 현상이다. 지난해 본지가 주요 그룹 사장 승진·전보자 35명을 분석했을 땐 전략기획통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CEO가 각광받은 반면 올해는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와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영업 현장에서 실적을 낼 수 있는 야전사령관이 주목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기관리 특화된 ‘재무통’도 약진
물론 작년보다 줄기는 했지만 ‘전략기획통’ CEO의 존재감도 여전했다. 현장통에 이어 전략기획통이 8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LG전자 TV 담당 사장에서 LG그룹 지주사인 (주)LG로 옮긴 하현회 사장과 (주)LG 사장에서 스마트폰 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조준호 LG전자 사장 모두 LG 그룹 내에선 알아주는 전략기획통이다. 하 사장은 과거 (주)LG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를 맡았고 조 사장은 5년간 지주사 사장을 지냈다. 육현표 에스원 사장도 직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전략지원총괄 업무를 맡았다.
재무통(6명)의 약진은 현대차그룹에서 두드러졌다. 현대차그룹 여섯 명의 사장 승진·전보자 중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 박한우 기아차 대표,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세 명이 재무 전문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 여파로 ‘위기관리’에 강한 재무통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GS그룹도 지주사인 (주)GS CEO로 재무통인 정택근 사장을 투입했다.
신임 사장단을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대’가 1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 중 서울대가 11명이었다. 대부분 수도권 대학이었고 지방대에선 부산대가 3명, 경북대가 2명이었다. 인문계가 23명으로 이공계(14명)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전공별로는 공대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경계(14명)가 그다음이었다. 사장 승진·전보자의 연령대는 50대가 68%(25명)였고 평균 연령은 57세였다.
주용석/남윤선/유승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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