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익성 보장시 허용"
"국민연금이 쌈짓돈이냐" 반발 넘어서야
[ 고은이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이 공공임대주택에 투자할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주택 입주권은 신혼부부 등에게 우선 주어진다. 주거 문제에 시달리는 신혼부부들에게 임대주택을 우선 제공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국민연금 가입자의 주거 혜택을 늘리기 위해 45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기금의 임대주택 투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임대주택 입주권은 신혼부부 등 특정 정책 수요자에게 우선 제공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만 복지사업이 아닌 대체투자 성격으로 진행돼야 하는 만큼 최우선적으로 수익성을 보장받는 방안을 전제로 국민연금의 투자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등 기금의 수익성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진행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기금에 손실을 낼 수도 있는 만큼 대체투자 수익률(2013년 4%) 수준은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가입자의 복리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조건 하에 국민연금기금이 공공부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임대주택 투자가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김우창 KAIST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의 약 2.4%(약 10조원)를 저출산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출생아 수)을 2명으로 끌어올릴 경우 기금 고갈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정부는 출산율과 보험료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2060년께 국민연금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투자를 시작하게 될 경우 정부의 출산율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는 지적 또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임대주택 공급정책의 재원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임대주택사업은 장기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 구조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의 돈이 아니라 보험료를 낸 사람들의 권리가 담겨 있는 돈”이라며 “대부분 선진국이 연금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 투자에서 사회 정책적인 속성을 제거해나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임대주택 투자는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홍종학 의원은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100만채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수익성이 완벽하게 담보된 뒤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결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이뤄진다.
결국 관건은 이 같은 독립성 시비 없이 수익성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임대주택 투자처를 마련할 수 있느냐다. 2006년에도 정부는 국민연금의 금융부문 투자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며 임대주택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국회 반대와 수익성 논란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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