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대만 국민당 지방선거 참패…'양안 밀월' 막 내리다

입력 2014-12-05 18:11  

<양안 밀월=중국-대만>



“홍콩의 우산혁명이 끝나가려는 순간에 대만 지방선거가 친(親) 중국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9일 집권 여당 국민당이 참패한 대만 지방선거 결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국민당은 전국 22개 직할시·현(縣)·시(市)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15석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6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특히 차기 총통 선거의 전초전 성격인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2016년 초로 예정된 총통 선거 승리도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국민당을 이끄는 마잉주 대만 총통이 2008년 집권 이후 일관되게 ‘친중국’ 노선을 견지한 것이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 패배로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국민당, 창당 이래 최대 선거 참패

대만 국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총 22곳의 광역단체장 중 6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쳤다. 지방선거 직전의 15곳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949년 국민당 창당 이후 65년 만에 최악의 패배다. 특히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타이중, 타오위안 등 주요 직할시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는 국민당 입장에서 뼈아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4개 직할시를 비롯해 총 13개 광역단체장 자리를 차지했다. 1986년 창당 이래 최대 승리다. 이번 선거로 민진당은 그동안

만 중부지역에 국한된 지지기반을 북부로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지방 선거 패배의 후폭풍은 중앙 정부로 번지고 있다. 장이화 대만 행정원장(총리격)은 지난달 29일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이틀 뒤인 지난 1일에는 대만 내각 81명이 총사퇴를 결정했다. 대만 마 총통도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국민의 의견을 기반으로 당 내부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뒤 지난 3일 국민당 주석직에서 사임했다.

중국-대만 ‘밀월관계’ 급제동 전망

영국 BBC방송은 “이번 지방선거는 대만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국민당의 이번 선거 참패는 2008년 집권 이후 마 총통이 추진한 ‘친중(親中)’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 총통 집권 전까지만 해도 양안관계는 군사적 충돌을 걱정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 총통은 취임 이후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 등 3개 분야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대삼통(大三通)’ 정책을 추진했고, 2010년에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대만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중국과의 조속한 서비스무역협정 발효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대만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선거 참패 결정타 된 ‘홍콩 우산혁명’

대만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5~6%대 경제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2년간은 1~2%대 성장에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만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정체된 반면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대만의 젊은이들은 최근의 성장률 정체가 대만 주요 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민당이 중국과의 경제 유대를 강화했지만 임금 정체와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는 유권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10월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 역시 대만 젊은층의 ‘반중(反中)’ 정서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대만 유권자들은 중국이 홍콩 우산혁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홍콩 반환 뒤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깨는 것을 지겨봤다. 중국이 통일 뒤 대만에도 홍콩식 일국양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얘기는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만 국민의 광범위한 반중 정서가 확인됨에 따라 향후 중국과 대만 간의 협력관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 총통은 최근 “서비스무역협정 핵심 후속협상을 임기 내(1년6개월)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지만 예상보다 큰 패배에 직면하면서 이 같은 약속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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