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할 무렵, 7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이곳 ‘림바 짐바란 발리’의 로비에 들어서니 잠시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하다. 로비 두 방향의 벽을 터서 호숫물과 열대 숲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풍경이 원시와 현대의 절묘한 조화로 펼쳐진다. 높은 세모꼴 천장에는 길이가 다른 대나무통에 등을 넣어 매달아 놓아 머리 위에서 별이 쏟아질 듯 떠 있는 것 같다. 마치 숲 위에 떠 있는 범선을 탄 듯한 느낌이다. 곧 돛을 펴고 인도양으로 나아갈 것 같다.
‘신들의 은신처’ 아야나 림바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은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곳이 ‘신들의 은신처’로 불리는 신비로운 곳이라면 기대가 더 커진다. 인도네시아 발리 남부 짐바란 만에 자리잡고 있는 ‘아야나 림바 리조트’는 그 설렘을 충만감으로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매호텔인 ‘아야나 리조트 앤드 스파’와 ‘림바 짐바란 발리’로 구성된 아야나 림바에선 한적한 전용 해변과 스타 셰프가 있는 레스토랑, 환상적인 칵테일바,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2013년 문을 연 5성급 호텔 림바는 한국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의 제일 큰 장점은 1996년 문을 연 발리 최고급 리조트인 아야나보다 가격은 싸면서 두 리조트의 부대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와 하늘, 풀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오션비치 풀을 비롯해 11개의 수영장과 18홀 골프코스 등을 갖췄다. 두 리조트 사이를 15분마다 셔틀이 오간다.
5분 거리에 있는 아야나 리조트는 현대적인 림바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인도양이 내려다보이는 석회암 절벽 위에 자리한 아야나는 총 면적이 77만㎡에 달한다. 넓은 열대 정원에 발리 전통 양식을 따른 낮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신들의 은신처’를 뜻하는 ‘아야나’라는 이름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78동의 빌라를 포함해 368개의 객실이 있다. 빌라 투숙객들은 전용 휴대폰으로 버튼만 누르면 집사가 버기카로 리조트 내 어디든 데려다준다. 500㎡의 땅에 130㎡의 넓은 객실, 선베드가 있는 아담한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오션뷰 클리프 빌라에 숙소를 잡았다. 11m 길이의 수영장에서 실컷 헤엄 치다 지치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저녁은 금요일마다 열리는 전통공연 케착댄스를 보기 위해 파디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뷔페 메뉴는 인도네시아 요리. 새끼돼지를 통째로 나무에 꿰어 숯불에 구운 바비굴링도 맛볼 수 있다.
정신까지 맑게 하는 스파와 다양한 프로그램
아시아·태평양 베스트 스파 호텔로 선정되기도 한 아야나 림바는 독특한 스파 트리트먼트로 유명하다. 세븐 샤크라 다라는 힌두교 전통의학을 응용한 스파 프로그램이다. 샤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바퀴라는 뜻. 몸의 육체적, 영적인 에너지가 모이는 중심 지점이다. 두 시간 동안 아로마오일로 정성껏 전신 마사지를 받자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나긋나긋해졌다. 테라피스트가 몸에 조약돌 같이 생긴 7개의 젬스톤을 올렸다. 반쯤 잠에 빠져들었을 때 띵 하는 소리굽쇠의 울림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끝났다고 알리는 테라피스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눈을 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아쿠아토닉 해수풀에서 받는 수중 마사지도 추천할 만하다. 해수풀에 설치된 60개의 제트에서 각기 다른 온도와 압력의 해수가 분출돼 몸 구석구석을 마사지해준다. 해수풀의 선베드에 누워 인도양을 내려다보며 따뜻한 거품 마사지를 받고 있자니 천국에 온 것 같다.
30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라텔리에 스튜디오에선 프랑스 전통 방식으로 자신만의 향수를 제조할 수 있다. 간단한 설문지를 적은 뒤 컨설턴트에게 추천받은 향들을 하나하나 맡아보며 배합해 나만의 향수를 만든다. 완성된 향수에는 이름도 붙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멋들어진 이탤릭체로 이름이 쓰인 나만의 향수가 30mL 병에 담겨 나왔다. 이외에도 발리 전통요리를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 웨딩사진 촬영 투어, 해돋이 타임 요가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절벽 위 바에서 즐기는 선셋 칵테일
짐바란에는 발리 남부에서 가장 큰 어시장이 있다. 아침 일찍 어시장으로 가는 길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오토바이에는 대나무잎을 묶은 단이 실려 있다. 힌두교를 믿는 발리 사람들이 하루 세 번 신께 바치는 작은 제물을 담을 차낭 바구니를 만들려는 것이다. 양철지붕에 알전구가 불을 밝히고 있는 크동아난 어시장은 1970, 80년대 우리 시장 모습을 보는 듯하다.
아야나 림바에 묵는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록바다. 록바는 발리에서 가장 환상적인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발리 여행 책자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곳이다. 바다와 맞닿은 14m 바위 절벽 위에 자리한 록바에는 천장이 없다. 해가 붉은 기운을 모조리 이끌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 별들이 조명을 대신한다. 록바에 가려면 절벽을 따라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록바가 문을 여는 저물녘이 되면 일몰을 보며 칵테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다. 우기가 시작되면 디제이는 거센 파도를 피해 더 높은 바위로 부스를 옮긴다. 수많은 서퍼들을 발리로 부르는 역동적인 파도가 내는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진다. 발리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여행팁
열대 지방인 발리의 평균 기온은 25~28도. 대략 4~10월은 건기, 11~3월은 우기다. 우기에는 강한 소나기가 서너 차례 내리지만 금세 그친다. 대한항공과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천~발리 직항을 하루 한 번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주 2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7시간.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입국할 때 공항에서 35달러를 내고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출국할 때에도 공항세 20만루피아(약 1만8000원)를 현금으로 내야 하니 현지 돈을 조금 남겨두는 게 좋다.
발리=김지원 기자 jia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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