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바닥찍은 뒤 힘 받을 듯
CJ제일제당·호텔신라·현대百 등
수출주보다 내수주가 유망
[ 강지연 기자 ]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내년 증시 전망은 대부분 ‘신중’ 모드다. 연말이면 각종 호재에 무게를 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일쑤지만 3년째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면서 현실에 충실한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이들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최소 1750 vs 최고 2300
전문가들은 내년 코스피지수 저점으로 대부분 1850~1870선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50~100포인트가량 낮아진 수치다. 일부긴 하지만 최소 175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1750~2050)를 제시한 KDB대우증권은 “내년에도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80조원 내외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전망이고,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신흥국의 외환 변동성 확대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올해 이미 1900선 근처에서 두 차례 반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연말 지수 고점은 2150으로 제시한 증권사가 많았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보다 높은 2250~2260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는 2300선까지도 상승이 가능하다고 봤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원·달러 환율 반등으로 수출주들의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2분기 바닥, 하반기 반등
내년 국내 증시는 전형적인 ‘V자’ 모양을 그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가까워지는 2분기 말이 연중 저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한국도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간 내놓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의 강도와 그에 따른 주가 하락폭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주들의 원가 절감 효과, 실질 소비여력 확대 등이 하반기로 갈수록 부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걷히고 나면 오히려 주가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익 바클레이즈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배당정책이 내년부터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당·중국·지배구조’ 3대 테마
증시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가 내년에도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점에서 당분간은 수출주보다 내수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꼽은 내년 ‘톱픽(최선호주)’ 종목에도 내수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 호텔신라 아모레퍼시픽 현대백화점 등이 3개 이상 증권사로부터 복수 추천을 받았다. 신한지주는 지금까지 증시 전망을 내놓은 외국계 증권사 5곳 모두가 최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이유로 IT를 관심업종에 포함시켰고, 크레디트스위스도 메모리반도체와 가전 부문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를 IT 최선호주로 포트폴리오에 담을 것을 권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선호도는 아직 높지 않지만 현대모비스 만도 등 자동차 부품주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는 데 기여할 종목으로 거론됐다.
국내외 증권사 모두 내년 증시를 관통할 만한 테마로 배당과 중국, 지배구조 관련주를 꼽았다. 배당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성장에 따른 수혜 역시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UBS 등 일부 외국계는 “세금 이슈 등을 감안할 때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김길영 크레디트스위스 이사는 “내년에도 실적 개선세가 업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보이는 만큼 제대로 된 테마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개선되는 종목이나 금리 인하에 수혜를 볼 만한 종목 등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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