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령사회의 지름길…'마음의 벽'부터 허물자

입력 2014-12-08 07:04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77>


최근 운전을 하다 보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도를 지나는 고령자들과 종종 마주친다. 그때마다 혹시라도 부딪힐까 걱정돼 차선을 미리 바꿔서 피해 간다. 넓은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왜 굳이 위험한 차도를 달리는 걸까? 조금 앞에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인도와 차도의 높낮이 차가 커서 전동휠체어가 다니기 힘든 것이었다. 높은 턱 때문에 차도에서 다시 인도로 올라설 수 없고 설사 인도로 올라서더라도 다시 내려오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인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경사져 있어 전동휠체어가 다니기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고령 친화적이지 못한 인프라들이 많다. 젊은 층이 많은 인구 구조를 감안해 대부분의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령사회에 맞게 하나둘씩 우리 사회의 인프라를 바꿔 나가야 할 때다. 그나마 전철역이나 터미널 등의 대중교통 시설에는 고령자들도 이용하기 쉬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고령친화적인 인프라 개선 작업이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이웃 나라 일본을 보면 대형 빌딩이나 역 청사, 그리고 역 주변 도로까지도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고령화 비율이 현재의 대한민국 수준과 비슷한 1990년대부터 이런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리적인 배리어프리와 함께 우리가 없애야 할 높은 턱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마음의 장벽’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고령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장벽이 높다. 특히 기존의 관습, 가치관에서 탈피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노인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젊은 세대가 많다. 동네에 고령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시장에서 느끼는 연령의 벽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된다는 사실을 모두 까맣게 잊고 사는 듯하다.

행복한 고령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리어프리 관점에서 모든 인프라를 재검토하는 작업부터 진행돼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 시스템에 고착화된 연령 장벽을 허무는 일 또한 중요하다. 배리어프리를 넘어 에이지프리(age free) 사회를 구축하는 일이야 말로 행복한 고령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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