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달러 대비 원화의 상승률(2.8%)보다 항공유가 하락률(13.1%)이 압도적이라서 당분간 영업실적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연초에만 해도 주식시장에서 3만원선을 오가던 대한항공은 4만6000원을 웃돌고 있다. 연중 최고가 기록과 52주(1년) 신고가를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11월 이후 최근 한 달 동안 대한항공의 주가상승률은 29%에 육박한다. 13%대로 떨어진 외국인 보유비중도 17% 가까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증시에선 '고공 비행' 중이지만 정작 이 회사의 실제 '하늘 비행'은 위태롭다.
최고 경영진의 말 한 마디로 250여명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 직전에 아무런 설명 없이 기수를 돌려 후진했다.
이 항공기 사무장은 비행기에서 내렸고, 승무원을 진두지휘하는 사무장 없이 탑승객 수백 명은 십여 시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아찔한 비행'을 경험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0시50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가 이륙 활주로를 달리던 중 돌연 탑승 게이트로 방향을 돌려 후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요약하면 '묻지도 않고 건넨 견과류'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한 승무원이 퍼스트클래스(일등석)에 탑승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음료서비스를 하면서 '묻지도 않고' 마카다미아넛(견과류 일종)을 건넸다는 것.
조 부사장은 '일등석 승객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견과류를 주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고, 사무장까지 불러 규정을 모른다고 질책한 뒤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지시했다.
항공기 사무장은 기내 객실 내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전체 비행기의 장이 기장이라면 기내 객실의 장이 곧 사무장이란 얘기다.
따라서 사무장 없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은 명백한 항공법 위반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법에 비행기 한 대당 보안요원이 1명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보안요원이 바로 사무장"이라며 "법정교육시간을 이수하고 나서 자격증이 발급되면 사무장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무장 대신 부사무장을 사무장 직무대행으로 삼은 것도 또 다른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다. 이 관계자는 "부사무장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가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만약 부사무장이 자격증이 없다면 항공법 위반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도 조 부사장의 행동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서비스를 잘하게 하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행동은 적절치 않았다"며 "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유의 사례라 관련 법 조항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법에 저촉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면 항공사에 주의를 준다든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부사장을 향한 날선 비난의 시선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주가가 올라야 좋은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도 이번 논란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시가총액(주가를 시가로 표시한 금액)이 2조7000억원을 웃도는 대형 상장기업이 스스로 '회사 이미지'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는 것. 경영 이미지 타격으로 향후 주가 행보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은 "대한항공 내 경영문화가 소위 '구멍가게 문화'라는 걸 공개적으로 알린 계기"라며 "대형 상장사에 최고 경영진이면 공식적인 방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 감정적으로 위태로운 비행을 지시했다는 것 자체가 경영진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250여명을 태운 항공기가 관광버스는 아니지 않는냐"면서 "나머지 승객들이 곧 고객인데 이들의 시간적 손실과 불편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조 부사장의 행동을 비꼬는 말들도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사회적 불만으로 떠오른 '갑의 횡포' 중에서도 '꼴갑의 횡포'라는 우스겟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기사보다 빠른 주식정보 , 슈퍼개미 APP]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