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제일모직은 이날부터 이틀간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청약을 하는 투자자는 제일모직 공모가 5만3000원의 50%를 중개 증권사에 청약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청약은 대표 주관사인 KDB대우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 인수사인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K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에서 이뤄진다.
청약증거금은 자본시장법상 환불일 전까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을 예치해야 한다. 제일모직의 공모주 배정 결과 발표 및 청약증거금 환불일은 오는 15일이다. 이날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청약증거금에 대한 환불이 이뤄지게 된다.
법에 따라 제일모직 공모 청약을 중개한 6개 증권사는 청약증거금을 11일 저녁부터 15일 오전까지 약 3일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다. 한국증권금융의 예치 금리가 연 1.25% 수준임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예치 3일 동안의 이자는 0.01%다. 이 이자는 인수단인 6개 증권사가 가져간다.
앞서 삼성에스디에스 청약에서는 약 15조5520억원의 증거금이 모였고, 인수단이었던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동부증권 등 5개사는 3일 만에 15억원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 청약증거금 이자, 누가 받아야 하나
청약증거금 이자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지난해 11월 감사원은 개인 투자자의 돈으로 발생한 이자를 증권사가 가져가는 관행을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에서 투자자예탁금을 예치해 이자수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청약증거금은 투자자예탁금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감사원은 "일반투자자가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공모 등에 참여해 주식을 사고자 할 경우 계약금 명목으로 금융투자회사에 예탁하는 청약증거금은 투자자예탁금에 해당한다"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투자협회로 하여금 청약증거금에도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는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8개 증권사는 2010년부터 2013년 5월까지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269조6000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받았다. 여기서 발생한 이자수익은 343억원으로 모두 해당 증권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규정 개정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올 5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투자자예탁금에서 발생한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종걸 의원은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증거금에 대한 이자가 지급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거래 관행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국부유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증권 투자 때 증거금에 대한 이자를 받지 못하는 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 때 이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예탁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의원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 예탁금 이자가 연간 155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및 기관 투자자도 각각 246억원과 291억원 이자를 덜 받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 진행 상황을 보고 있다"며 "법안 통과 여부에 앞서 규정을 개정하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올해 해당 소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동안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 증권사 판단에 달려
현재로서 청약증거금에서 발생한 이자의 지급은 증권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청약증거금은 규정상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투자자예탁금에 지정돼 있지 않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지, 지급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며 "청약증거금 이자는 증권사 자체 판단으로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청약증거금은 예탁금이기 때문에 이자를 투자자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며 "규정이 없다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약증거금의 예치 이자가 소액이지만, 이자 지급이 결정되면 공모주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황 실장은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에 대한 일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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