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금융당국은 4년 이상 영업적자를 낸 주식들을 솎아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올해 내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은 피앤텔 등 7곳, 또 다른 4곳은 부도 등의 이유로 이미 상장이 폐지됐다.
내년엔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70곳) 가운데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를 본 기업 수만 26곳(별도·비교 재무제표 기준)에 이른다.
◆ 4~5년 적자기업이 쇠몽둥이 맞는 이유…'상장퇴출제도 선진화 방안'이 뭐길래
한국거래소는 2008년 '상장퇴출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이듬해 2009년부터 이 상장규정을 바로 적용했다. 이 규정의 핵심은 별도재무제표(자회사 등 연결실적 제외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4~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통보를 내리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결 기준 재무제표 대신 별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실제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고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업적자가 기재된 별도재무제표의 경우 비교재무제표(최근 사업연도와 비교 시 자체 수정해 제출된 자료)가 아닌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가 기준이다. 한 마디로 나중에 재무제표가 바뀌더라도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종은 거래소 코스닥 공시2팀장은 "해당연도 사업보고서는 이미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추후 회사 사정상 일부 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거래소 상장 규정 덕에 가까스로 살아난 기업도 12곳 달해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3년 6개월 이상 누적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은 모두 33곳(최근 사업보고서 기준)에 달한다.
여기서 기술성상장기업(나이벡, 바이오니아, 진 매트릭스, 이수앱지스, 레고켐바이오, 크리스탈, 제넥신)을 제외하면 26곳이 남는다. 기술성장기업은 특례 상장규정으로 인해 4~5년 이상 적자를 내도 무방하다.
기술성장기업을 뺀 26곳은 이너스텍, 서울전자통신, GT&T, 백산OPC, 터보테크, 케이피엠테크, 아미노로직스, 폴리비전, 에이티테크놀러지, 한국자원투자개발, 리젠, 큐브스, 르네코, 플레이위드, 파맨OPC, 영진코퍼레이션, 제이웨이, 솔고바이오,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 씨엑스씨종합캐피탈, 데코앤이, 코원, 오성엘에스티, 바른손, 휴바이론(3년 9개월째 영업적자), 피앤텔(4년 9개월째) 등이다.
오성엘에스티, 케이피엠테크, 제이웨이, 플레이위드 등 4곳은 이미 자본잠식 등 다른 이유로 관리종목 족쇄를 찼다.
나머지 22곳 중 폴리비전, 바른손 등 12곳은 거래소 규정 덕분에 가까스로 부실기업 낙인을 피한 곳이다. 나중에 변경된 재무제표(비교)에선 영업적자로 수정됐는데 2~3년 전 해당 사업연도 재무제표상 영업흑자로 기록돼 있어서다.
따라서 영업 부실로 2015년 관리종목 블랙리스트로 분류될 수 있는 곳은 이너스텍, GT&T, 백산OPC, 솔고바이오, 휴바이론, 르네코, 파캔OPC, 영진코퍼레이션,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 코원 등으로 좁혀졌다.
◆ '아슬아슬 적자社', 막판 뒤집기 가능할까
올 3분기 현재까지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약 1~8억원 가량으로 크지 않아 '4분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는 곳도 있어 주목된다.
만일 이들 기업이 올해 사업연도 마지막 분기에서 지난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을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사업성과를 낸다면 극적으로 관리종목 지정은 물론 상장폐지 문턱에서 멀어질 수 있다.
무선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너스텍은 올 3분기까지 1억원 가량의 누적 영업손실 낸 상태다. 지난 상반기까지 약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 3분기 5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폭을 확 줄였다.
블랙박스 제조업체인 코원은 반대의 경우다. 지난 상반기까지 5000만원 가량의 누적 영업이익을 냈던 이 회사는 지난 3분기 약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현재 2억원 가량의 적자로 돌아섰다.
에너지 전문기업인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는 3분기 현재까지 3억원 가량의 누적 영업손실을 내고 있고, 휴바이론(-6억원), 솔고바이오(-8억원) 등도 누적 적자가 10억원 미만이지만 이들 기업 모두 최근 분기에서 영업손실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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