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무산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합 플랜트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에 차질이 생긴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며 내년 수주 기상도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재추진하긴 어렵다면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 달 19일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해제가 발표된 날부터 이날까지 31.64%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1000억원 가량의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1150원(2.78%) 밀린 4만250원으로 거래를 마쳐 52주 최저가를 다시 썼다.
당초 회사 측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통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종합 플랜트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에는 연간 매출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7063억원에 달해 계약상 한도(4100억원)를 초과하면서 합병은 없던 일로 돌아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주 권익보호와 재무부담을 감안해 합병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자본 규모가 3분기 기준 9515억원에 불과하고 실적 불확실성이 커서 합병 무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삼성중공업보다 심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달 19일 이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30% 넘게 떨어진 데 반해 삼성중공업 주가는 17% 내리는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공사 상황을 보면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자본총계가 더 큰 삼성중공업과 합쳐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좀더 안심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 불발돼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저마진 사업에 대한 우려로 투자의견은 여전히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합병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벗어나기도 전에 설상가상 유가하락이 주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화공(정유,화학 등)플랜트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중동發 화공 플랜트 수주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정압박이 커진 중동 산유국들이 기존 플랜트 발주를 취소하거나 지연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주택 부문을 가지고 있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플랜트 사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유가하락에 따른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
허문욱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 경우 화공 플랜트 매출 기여도가 70% 이상인 상황에서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산유국 생산 투자 축소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 수주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미있는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동력)이 필요하다"며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목표주가를 8만43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낮춰잡았다.
허 연구원은 다만 "현 시점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미국 텍사스 LNG 액화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수주한 것"이라며 "선진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LNG 수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이 향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업황 부진을 탈피하고 조직에 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전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업수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화공 프로포잘(proposal)팀'을 '화공 프로포잘 본부'로 승격, 신설하고 'MENA(중동·북아프리카)사업본부'를 '화공사업본부'로 통합한게 골자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조직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구조를 슬림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며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가하락을 대비하기 위해 LNG액화,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가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동지역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지역 다변화를 위해 북미, 중남미 등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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