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委, 경주 방폐장 운영 승인
전국 原電에 가득찬 폐기물 처리 '숨통'
"방사성 물질, 지하수 유입 가능성 없다"
[ 심성미 기자 ] 사업 착수시점을 기준으로 무려 29년을 끌어온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이르면 내년 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국내 첫 방폐장이 가동되면서 전국 임시 저장시설에 흩어져 쌓여 있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1일 제32회 원자력안전위를 열고 경주 방폐장의 운영허가·승인안을 의결했다. 건설 사업을 시작한 지 29년, 완공된 지 6개월 만이다.
원안위는 이날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사용 전 검사 결과(안)’를 상정해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8명 가운데 5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원자력안전위는 방폐장 운영을 승인하는 이유에 대해 △총 66건의 지적사항과 44건의 권고사항의 시정조치가 끝났으며 △계통설비, 운영안전, 안정성평가 등 26개의 후속조치 사항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행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다룰 때 사용한 장갑 등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드럼통에 밀봉해 암반동굴 속에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사일로)에 10만드럼(2000만L)을 영구 저장하는 시설이다.
길이 1415m인 운영동굴과 1950m 건설동굴, 이를 연결하는 하역동굴, 방폐장 핵심시설인 사일로 6기, 수직 출입구 등을 갖췄다. 사일로는 지하 80~130m 깊이에 설치한 지름 30m, 높이 50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내진 1등급으로 설계·건설함에 따라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 원전에서 들여온 방폐물은 최종 처분 검사를 거쳐 이 사일로에서 영구 저장된다.
지금까지 국내엔 중·저준위 폐기장이 없어 방사선 폐기물을 원전이나 원자력 연구소 내 임시 저장소에 보관해왔다. 하지만 임시저장 시설 포화율의 경우 한빛원전이 96%에 이르고, 한울원전은 90%, 고리원전은 83%에 달하는 등 적체가 극심해 영구 저장 시설의 가동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내 23기 원전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폐기물의 원전 내 저장소 저장률은 79.4%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원전에서는 1년에 약 2300드럼(46만L)의 중·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환경과장은 “경주 방폐장 승인 허가로 국내 방사선 폐기물 관리에 크게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방폐장 사업자인 원자력환경공단은 1986년부터 울진, 영덕, 안면도, 굴업도 등에 방폐장을 지으려 시도했지만 주민 반대로 인해 번번이 무산되다가 2005년 11월에야 부지 선정에 성공했다.
2008년 운영허가가 떨어졌지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로 흘러 유출될 수 있다는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6년간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왔다. 이 작업을 수행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9월 검사를 마치고 사용에 적합하다는 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방폐장에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KINS는 이에 대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운영 승인을 받은 경주 방폐장이 정식 가동되는 건 내년 4~5월께다. 원안위가 운영 승인을 문서로 통보하면 원자력환경공단은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산업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은 마지막 안전 점검을 위해 내년 1월부터 3~4개월간 방폐장을 시범 운영한 뒤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이번에 운영 승인을 받은 건 방폐장 1단계 시설이다. 산업부는 조만간 2단계로 12만5000드럼 규모의 방폐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앞으로 60년 동안 214만㎡의 방폐장 터에 원전,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폐물 80만드럼을 처분하는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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