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언제 처리할 건가

입력 2014-12-12 20:41   수정 2014-12-13 03:40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정부가 사업에 착수한 지 29년 만에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주 방폐장의 운영허가·승인안을 의결한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전국의 임시저장시설에 흩어져 있는 방폐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방폐물만 취급하는 곳이다.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 처리는 아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방폐물 처리를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분리해 접근하기로 결정한 뒤, 정권마다 고준위 방폐물을 ‘뜨거운 감자’로 여겨 다음 정권으로 미뤄온 탓이다. 이른바 내 임기만 넘기면 된다는 NIMT(Not In My Term)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고준위 방폐물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발전소 내 임시 저장으로 버텨왔지만 당장 2016년 고리원전을 필두로 방사성 폐기물이 포화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포화예상연도를 좀 더 늘릴 수 있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래 봤자 임시방편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매번 똑같은 논의만 반복하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만 해도 그렇다. 1년이나 지난 다음 고작 한다는 말이 “2055년 전후로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중간저장시설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이 하나마나한 제안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그동안 뭘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다음 정권으로 떠넘길 궁리만 하지 말고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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