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보름새 누적관객 77만명…'워낭소리' 기록에 도전
[ 유재혁 기자 ]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할리우드 대작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흥행 이변을 일으켰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 작품은 지난 13일 토요일 하루 동안 24만명을 동원해 17만명을 모은 ‘인터스텔라’, 14만명을 기록한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각각 눌렀다. ‘엑소더스’는 ‘님아~’보다 늦은 이달 초에 개봉한 영화다. ‘님아~’의 누적관객 수는 이날까지 77만명.
다큐멘터리 흥행 역대 2위인 고(故)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 ‘울지마 톤즈’(2010년·44만명) 기록을 넘어섰고, 역대 1위인 ‘워낭소리’(2009년·292만명) 기록을 깨느냐가 관심거리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20대 남녀가 극장에 몰린 게 흥행 비결이다.
진모영 감독(44)은 “노부부의 진실한 사랑이 세대를 넘어 울림을 줬다”며 “불안한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성찰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강원 횡성에 사는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다. 76년간 해로한 노부부는 요즘 신혼부부 뺨칠 만큼 닭살 커플이다. 외출할 때는 한복 커플 룩으로 차려입고, 할머니가 높은 곳에서 내려설 때 할아버지는 손을 잡아준다. 따뜻하게 불을 쬔 손을 상대방의 얼굴에 가만히 대주기도 한다. 캄캄한 밤, 화장실에 간 할머니가 무섭지 않도록 할아버지는 바깥에서 노래를 불러준다. 가을에는 낙엽을 치우다 낙엽 던지기 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눈싸움도 즐긴다. 할아버지가 빨래터에서 물을 튀기면 할머니는 바가지로 응수한다. 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가 차려준 밥과 반찬이 맛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진 감독은 “여섯 아이들의 내복을 사는 장면이 반전의 포인트”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관객은 이별의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할까 되묻는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열두 자녀를 낳아 그중 여섯 자녀를 일찌감치 잃었고, 그들을 위해 제(祭)를 올려준다. 쇠약해진 할아버지가 숨지고,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화면을 채울 때는 관객들의 마음도 촉촉이 젖는다.
전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방송가에서 독립 PD와 카메라맨으로 활동해온 진 감독은 우연히 KBS ‘인간극장’에 소개된 부부의 사연을 접하고 “인류 보편성을 띤 위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영상에 담기로 결심했다. 2012년 9월부터 할아버지가 영면한 작년 12월까지 1년3개월간 계절마다 내려가 120회차를 동시녹음으로 촬영했다. 순제작비 1억2000만원과 배급비 등을 합쳐 총 제작비는 3억7000만원. 이 같은 흥행 추세라면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둘 전망이다.
이 영화 배급을 맡은 CJ CGV 아트하우스팀은 다큐멘터리인데도 개봉일 186개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흥행의 밑거름이 됐다. 관객이 급증하면서 13일 현재 725개로 확대했다. 아트하우스팀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저예산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를 배급하는 사업부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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