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는 노조·완성차업계
"단기차익 급급한 사모펀드에 회사 넘어가면 경쟁력 위협"
항변하는 한앤컴퍼니
"단기간내 회사 팔지 않을 것…세계 1위 공조기업으로 육성"
[ 정인설 기자 ]
국내 최대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투표 참가 조합원 92%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을 인수하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안건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킨 것이다.
박용환 한라비스테온 사장은 이달 초 최대 납품처인 현대자동차의 김정훈 구매본부장(부사장)을 만나려 했다. 회사 인수합병(M&A) 진행 상황과 향후 협력방안을 설명하려 했으나 김 부사장은 만남을 거부했다. 한라비스테온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데 대해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모펀드의 대형 자동차 부품사(한라비스테온) 인수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 주체가 사모펀드인 만큼 재매각을 염두에 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특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비스테온은 이르면 17일께 한라비스테온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부품을 구매하는 현대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상장폐지 이후 깜짝 매각 발표
한라비스테온은 한라공조라는 이름으로 1986년 한라그룹의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자동차의 합작사로 설립됐다.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한라그룹은 1999년 포드에서 분리된 비스테온에 한라공조의 보유 지분을 모두 넘겼다.
회사 주인은 바뀌었지만 국내 완성차 회사와 거래 관계는 이어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범 현대가인 한라그룹의 계열사였던 점을 감안해 전체 공조장치 중 70%가량을 한라비스테온에서 구매했다.
양사의 신뢰 관계에 균열이 생긴 건 2012년이다. 비스테온이 한라비스테온을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한라비스테온의 2대주주였던 국민연금 반대로 상장폐지는 무산됐지만 이후 현대차는 물량을 줄여왔다.
비스테온이 해외 공조사업부문 전부를 한라비스테온에 통합하는 등 한라그룹에 경영권을 되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라비스테온의 매출은 2012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5조원대로 커졌고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중 현대차 비중은 55%에서 42%로 떨어졌다.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한라그룹이 한라비스테온을 되찾아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비스테온은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한라비스테온을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가는 3조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매각 않겠다고 하지만…
현대차는 이번 M&A로 30년 가까이 지속해온 한라비스테온과의 거래 관계가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특성상 오랜 기간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해 최고 수준의 부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일본 부품업체인 다카타의 에어백 리콜 사례처럼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에 치명타가 된다는 점에서 완성차 메이커가 부품업체 매각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사모펀드가 세계 50대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한 사례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앤컴퍼니가 나중에 중국이나 인도 등에 한라비스테온을 팔아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한앤컴퍼니는 지난 11일 중국 업체에 되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수자금을 댄 투자 펀드의 만기도 10년인 만큼 단기간에 회사를 재매각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한앤컴퍼니가 3조5000억원 이상을 주고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는 만큼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곳은 중국 자본 외에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이해 관계자들의 불안감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느냐가 향후 한라비스테온의 사업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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