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글로벌 악재에 발목 잡혀 연말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자민당 압승으로 끝난 일본 조기 총선과 그리스 조기 대선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론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이 지수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16~17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증시 방향을 바꿀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 유가 하락…수요 부진·디플레 우려 확산
1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국제 유가 흐름이다.
유가 하락 자체도 문제지만 하락 원인이 수요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로 해석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내년 일일 평균 원유 수요량을 2892만 배럴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일일 평균 2936만 배럴보다 감소한 수치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내년 일일평균 수요 전망치를 9350만 배럴에서 9330만 배럴 증가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주말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기준 57.81달러로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그동안 국제 유가 하락 원인이 공급과잉이었다면 최근 추가 하락은 수요 부진 때문이었다"며 "수요 부진이 화두로 던져진 상황에서는 세계 경기 모멘텀(상승 동력)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하락은 국내 일부 업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건설, 화학, 정유 등이 유가 하락의 부정적 영향을 받는데 반해 운송과 유틸리티, 유통 등은 오히려 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서 이들 업종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 투자업계가 지난 10년 간 국제 유가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간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유가가 내릴 때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업종은 전체 27개 중 5개에 불과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는 유가가 떨어졌을 때 좋은 영향을 받는 업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이에 따라 유가 하락이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교역 조건에 반영되는데는 2분기 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유가 20% 하락은 1분기 후 성장률을 오히려 0.2%p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 16~17일 미국 FOMC, 분위기 반전 트리거
전문가들은 오는 16일부터 이틀 간 열릴 올해 마지막 FOMC가 국내 증시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가 삭제될 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만약 문구 삭제가 없을 경우 글로벌 증시는 지난해 12월과 같이 안도랠리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문구 삭제 여부와 함께 재닛 옐런 의장의 발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이 유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상에 신중모드를 내비칠 경우 시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
이와 달리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이달 FOMC는 양적완화 종료 이후 첫 회의이고 지난달 미국 비농업고용이 강한 개선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출구전략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당 기간'이란 문구가 수정될 경우 미국이 언제든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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