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덫'…전자·車 등 수출 타격 확산

입력 2014-12-15 21:30   수정 2014-12-16 03:45

중동 등 산유국 경기 가라앉으며 수출 '발목'
전자·車·조선·플랜트 등 피해 전방위 확산



[ 주용석 / 남윤선 기자 ] 조선 및 엔지니어링 업체에 이어 국내 수출기업들도 ‘저유가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 중동 등 산유국 경기 침체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현지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저유가 덕분에 거시경제 전체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가 급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산유국 수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 가전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TV, 세탁기, 냉장고 생산라인 중 TV를 제외한 생산라인 일부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카자흐스탄 내수시장은 물론 이 공장의 최대 수출시장인 러시아 시장마저 가라앉은 탓”이라고 전했다.

LG전자 카자흐스탄 공장은 직원 400여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공장이어서 수출 물량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저유가 충격이 해외 생산을 중단할 정도로 후폭풍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동부대우전자도 최근 러시아 수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換)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수출대금을 루블화로 받은 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 수익률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업들은 ‘비상구 찾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일단 제품 단가를 높이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수요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고민이다. 막상 수출해도 대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서방국가들이 금융 규제의 일종으로 러시아 주요 6개 은행과의 여신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과 종합상사들은 중국 등 제3국 은행을 통한 금융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중동 수출시장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판매대금 감소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전자제품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고 있어서다. 국내 대형 전자업체의 중동 영업사원은 “그동안 중동 내수시장을 지탱해온 버팀목 중 하나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각국 정부가 뿌린 보조금”이라며 “보조금 축소로 70인치 이상 대형 TV 등 고가 가전제품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동 수출 물량이 전체 수출의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저유가 충격의 사정권에 들었다.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러시아에 판매한 자동차 대수가 2만25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나 감소했다. 한국GM이 러시아에 반제품(CKD) 형태로 수출한 자동차 부품은 이 기간 2만633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은 같은 기간 러시아 판매량이 2~4%로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저유가에 따른 러시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플랜트업계는 이미 치명타를 맞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11월 해양 플랜트 수주액이 3조1026억원으로 작년 연간 수주액(8조9756억원)의 30%에 그쳤다. 미국 셰브론 등 오일 메이저의 해양 플랜트 발주가 거의 끊기다시피한 탓이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된 것도 저유가에 따른 조선·플랜트 업황 악화와 무관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20억달러 이상 대형 FPSO(부유식 원유시추저장설비) 발주가 작년의 절반 수준인 3~4척에 그쳤다”며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남윤선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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