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4조 ‘빅딜’ 놓고 김병주·한상원 ‘한판 승부’

입력 2014-12-16 13:53  

한라비스테온 숨겨진 M&A 스토리…하버드 경영대 동문 PEF간 혈투
한상원 4년전부터 M&A 목적으로 네트워크 구축...8월부터 본격 협상
김병주 전략은 가로채기..한앤컴퍼니 자금 조달 실패 가능성에 '베팅'
은행, IB, 로펌 PEF 놓고 ‘줄서기’...우투증권 자문 수수료만 120억



이 기사는 12월16일(04: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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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 안팎의 한라비스테온공조 경영권을 놓고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자웅’을 겨룬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표가 한발 앞선 상황이지만, 김 회장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자문 수수료를 노리는 국내 은행, 증권, 법무법인들도 두 진영으로 나뉘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MBK, 10월부터 한라비스테온 ‘입질’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10월부터 한라비스테온 매각을 자문하는 로스차일드와 한라비스테온 경영권 매매 협상을 진행, 최근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한라비스테온의 향후 성장성에 관심을 갖고 수년 전부터 경영권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MBK에 앞서 비스테온그룹과 가격과 조건에 대한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 8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했던 한앤컴퍼니는 MBK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한달 이상의 실사를 마치고 ‘밀고 당기기’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한앤컴퍼니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던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상원 대표가 한라비스테온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4년 전부터 현재 CEO인 티모시 루리떼 비스테온 대표와 네트워크를 쌓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한앤컴퍼니는 거래 막바지에 한국타이어를 펀드 투자자(LP)로 끌어들이는 협상도 성사시켰다. 한앤컴퍼니는 중국 기업으로 회사 재매각에 따른 기술 유출 논란을 잠재웠고, 한국타이어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비스테온그룹과 한앤컴퍼니는 이르면 1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최종 매각은 내년 상반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다시 MBK에게 인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판단, 협상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진행하는 조(兆)단위 대형 바이아웃 거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에도 거래 상대방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회장은 대형 M&A에서 마지막 순간 거래를 역전하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코웨이(1조2000억원)나 ING생명(1조6700억원) 인수전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자 최종 승자가 됐다.

◆한상원, 김병주 회장의 라이벌 ‘급부상’
한라비스테온의 경우도 최대 공급처인 현대·기아차와 노조가 PEF로 매각을 반대하고 있어,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 회장은 옛 현대가(家)측과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는 한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상원 대표가 한라비스테온 인수에 성공할 경우 김병주 회장에 버금가는 평판을 거머쥘 전망이다. 대형 PEF의 한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이 독주하다시피 했던 국내 대형 바이아웃 거래에 한상원 대표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5조원어치 매물을 사들였던 MBK는 올해 국내에서 한건의 투자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한상원 대표와 김병주 회장은 하버드 경영대 동문에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에서 성공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해외 펀드투자자(LP)들 중에서도 겹치는 곳들이 많아 이번 승부 결과가 해외에도 생중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라비스테온 거래 자문 수수료를 놓고 한앤컴퍼니 진영과 MBK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PEF들은 대형 바이아웃 거래를 할 때 회계 실사, 법률, 재무, 인수금융 등에서 자문을 받는데 한라비스테온은 전체 자문 비용이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앤컴퍼니의 ‘자금’ 파트너가 된 우리투자증권은 선순위 인수금융(대출) 7000억원, 중순위 메자닌 5000억원 등 1조2000억원 규모 확약서(LOC)를 보장했다. 자기자본(3조4200억원)의 35%에 달하는 규모로 수수료 수입만 따져도 120억원(1%)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영채 IB사업부 대표가 인수금융 업계에서 독주하는 하나대투증권을 견제하기 위해 과감하게 질렀다”고 평가했다. 과거 MBK와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했던 신한은행도 이번엔 한앤컴퍼니 진영으로 돌아섰다. 반면 하나대투증권, 하나은행, 모건스탠리 등 MBK의 전통적인 우군들은 비스테온과 한앤컴퍼니간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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