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영 기자 ]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1조달러(약 1087조원) 규모의 원유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6일 경고했다. 이들 프로젝트가 취소되면 향후 10년간 세계 석유 수요의 8%에 해당하는 하루 750만배럴의 신규 생산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경고는 최근 국제 유가 급락을 촉발한 공급 과잉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FT는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에너지 기업의 주가가 타격을 입으면서 이들이 추진해온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멕시코만에서 진행 중인 심해유전 개발 프로젝트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골드만삭스가 전 세계 400곳의 유전·가스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프로젝트가 최종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배럴당 70달러를 기준으로 2020년까지 하루 2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유가로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프로젝트 추진 기업들이 최대 30%의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사업 추진이 어려운 프로젝트 규모가 총 930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에너지 기업들은 유가 급락에 따라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내년에만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비용 절감을 위한 자산 매각이나 프로젝트 연기 등이 잇따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캐나다 오일샌드나 채산성이 떨어지는 북해유전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을 꼽았다.
미셸 델라 비냐 골드만삭스 유럽 에너지 담당 리서치헤드는 “프로젝트 지연과 투자 축소는 원유시추, 심해건설, 지질탐사 등을 진행하는 원유 서비스 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는 에너지 업계의 자본 지출이 앞으로 5년간 25%, 연간 2500억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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