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클라우드 발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년이 넘은 지난 12월4일, 드디어 공청회가 열렸다. 그간의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공청회의 목소리는 갈렸다. “해외 입법사례가 없다”, “이용자 보호가 미흡하다”, “국정원의 민간 사업자에 대한 개입 우려가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고, “클라우드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쟁점사항을 수정하더라도 조속한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촉구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사업자는 아마존이다. 점유율 면에서 세계시장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국가안보를 다루는 미국 CIA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인 MS, IBM도 아마존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거대한 클라우드 서비스 공룡이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센터를 빌려 한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의 대응은 어떠한가. 몇몇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규모와 기술력 면에서 아직까지 글로벌 거대 공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국제경쟁력 격차가 그대로 지속될 경우, 앞으로 급속히 커질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국내 사업자가 설 자리는 없어지고, 우리의 클라우드 산업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에 의해 지배돼 자생력을 잃고 말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단순히 한 산업영역에 국한된 서비스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클라우드 기반 없이 성장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IT 의존도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자동차, 조선, 금융, 의료 등 기반산업의 스마트화는 과연 누가 지원할 것인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여론 추이나 재난상황 판단 등 공공분야에서의 정책기반은 누가 마련할 것인가.
클라우드 서비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정보통신서비스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보통신서비스가 정보의 유통만을 담당하는 기반구조라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정보와 지식의 생성, 유통, 공유, 확산, 그리고 분석이라는 한 단계 높은 기능을 담당하는 스마트 지식기반구조이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사업자는 중앙에 클라우드라는 대형 저장소와 서버를 두고 임대방식, 공유방식, 그리고 글로벌한 유무선 접속을 통해 모든 사용자의 정보를 집적하고 분석한다. 그 결과 클라우드는 조만간 국가 차원의 지식정보 보고로 성장할 것이다. 이 시기쯤 되면, 클라우드는 자연스레 국가안보와 연결된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진 이런 국가안보 차원의 중요성 때문에, 선진국들은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를 단순히 기술이나 경제 차원이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소중한 국가 정보자산을 자국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사업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시각에서 클라우드 정책을 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보안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데이터와 지식자산의 물리적 위치와 소유권, 이용권은 국가 안위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클라우드라는 거대한 IT패러다임에 편승하면서, 국내 데이터와 정보, 지식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우리 스스로가 클라우드 선진국가로 거듭나는 것밖에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법적 기반 없이 국내시장 육성, 국내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클라우드 선진국가로의 진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항간에는 클라우드 발전법이 산업육성법이어서 구태의연한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발전법은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협업과 서비스 혁신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대국민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조항들도 담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적 규제 조항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소중한 지식자산이 우리의 감시와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위치하도록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의 육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낼 것인가, 그 선택은 클라우드 발전법의 제정 여부에 달려 있다.
장석권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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