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화성탐사선 '오리온'에 12년 전 개발 CPU 탑재 왜?

입력 2014-12-17 07:00  

최고 2000도·방사선·진공…

극한 환경 견딜 수 있어야
'기능' 보다 '안정성' 선택

아폴로보다 속도 4000배 빨라



[ 김태훈 기자 ]
인류의 화성 탐사를 이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선 ‘오리온’이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5일 발사 후 최고 고도 5800㎞까지 올라 지구 궤도를 두 바퀴 돌고 무사귀환했다.

오리온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2003년 지구로 귀환하다 공중 폭발해 승무원 7명이 사망한 컬럼비아호 이후 중단된 프로젝트를 다시 열 주인공이 오리온이다.

NASA는 2018년 달을 향해 두 번째 시험 발사한 뒤 2020년대 초 첫 유인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때 소행성을 포획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30년께 화성탐사에 나서는 게 목표다.

오리온은 최고 2000도의 고온과 영화 135도를 넘는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신소재 등 최첨단 기술을 결합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주선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다.

오리온에는 최첨단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12년 전 개발된 IBM의 ‘파워PC 750FX’ CPU가 탑재됐다. 2003년 애플 아이북 G3에 들어갔던 제품이다. 이 CPU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900메가헤르츠(㎒)다.

삼성전자가 2년 전 선보인 스마트폰 갤럭시S3에 들어간 프로세서와 비슷한 성능이다.

2조원을 들여 개발해 2012년 화성에 도착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도 마찬가지였다. 이 로봇에는 데이터 처리 속도 200㎒의 CPU가 탑재됐다. 2004년 화성에 도착한 탐사로봇 ‘스피릿’의 데이터 처리속도는 20㎒,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탔던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은 5㎐에 불과했다.

NASA는 오리온의 CPU가 아폴로 우주선보다는 4000배, 국제우주정거장이 이용하는 CPU보다 25배 빠르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우주선인 오리온에 이처럼 출시 12년이 지난 제품을 사용한 것은 안정성 때문이다. 우주선, 인공위성, 우주 탐사로봇 등은 극심한 더위와 추위, 방사선, 진공, 미세먼지 등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부품 테스트에만 수년씩 걸리기 때문에 최신 기능보다는 안정성을 검증한 제품을 사용한다.

우주 분야와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산업 분야에도 안정성이 중시되기는 마찬가지다. 인텔은 서버용 프로세서를 설계할 때 최신 기술을 PC, 노트북 등에 먼저 투입한다. 여기서 검증한 뒤 1~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서버 쪽에 적용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 시스템도 비슷하다. 3년 이상 지난 플랫폼으로 안정성에 확신을 가진 뒤에야 상용차에 넣기 시작한다.

오리온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CPU 구성도 삼중 대비 체제를 갖추고 있다. 먼저 CPU에 문제가 발생하면 20초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 고장이 생기면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백업용 CPU 두 개까지 탑재하고 있다.

세 개의 CPU가 모두 동시에 고장 나 다시 시작해야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187만분의 1에 불과하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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