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기자의 IT's U <8회>
삼성 '사운드 캠프', 안드로이드 음악 생태계의 중심을 꿈꾸다
2년간 초보부터 전문가용 아우르는 첫 안드로이드 DAW 개발 심혈
[ 김민성 기자 ] 2011년 3월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를 세상에 공개하는 행사 막바지에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를 소개했다.
맥PC용으로 개발된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개러지밴드가 모바일로 ‘강림’한 순간이었다. 개러지밴드는 아이튠즈유(U), 아이무비, 키노트, 넘버스 등 애플이 직접 개발·배포하는 앱 중 유일한 음악 저작툴이다.
가격은 4.99달러. 잡스는 “이제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작곡과 연주는 더 이상 공부하고 연마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즐기고 터치하는 놀이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드럼 기타 키보드 스트링 샘플러 등 가상악기를 탑재한 건 물론이었고 실제 악기를 직접 스마트폰에 연결해 앰프와 이펙트 톤을 즉석에서 달리 맞춰가며 녹음할 수 있었다.
애플이 개러지밴드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음악이 수천년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온 가장 강력한 콘텐츠라는 믿음에서였다. 뮤지션이 비싸게 만든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시대는 저물었다는 판단이다. 모바일 혁명으로 음악 역시 누구나 창작하고 공유하는 대상으로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복잡한 DAW를 모바일에 구현할 만큼 기술력이 좋다는 애플의 자랑이기도 했다. 케이크워크나 큐베이스 등 수십만원짜리 PC용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비싼 악기와 무거운 녹음장비가 없더라도 5000원짜리 앱이면 누구나 어디서든 작곡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자부심이었다.
통기타 한 대로 어디서나 노래 한 곡을 뚝딱 만들던 포크 전성기처럼 아마추어도 전문가도 개러지밴드로 모바일 음악 시대를 즐기기 시작했다.
애플은 자신들의 탄탄한 모바일 음악 생태계를 자랑스럽게 광고로 활용했다. LA필하모닉 지휘자이자 작곡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아이패드 앱으로 전위적인 오케스트라 곡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안드로이드에는 개러지밴드가 없나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4와 엣지를 처음 공개한 지난 9월3일 독일 베를린. 행사는 삼성 모바일 뮤직 솔루션을 활용한 ‘밴드 오브 위즈덤’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중계 카메라는 가상 신시사이저와 드럼이 탑재된 갤럭시노트4를 클로즈업했다. 삼성이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 DAW ‘사운드 캠프’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순간이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개러지밴드만큼 뛰어난 음악 저작툴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피아노 드럼 등 기본 악기의 앱뿐만 아니라 전문 제조사가 만든 가상악기 앱까지 패키지 형태로 쓸 수 있다. 음질이 뛰어난 가상악기뿐만 아니라 트랙별 음원을 따로 녹음해 곡 전체를 완성하는 스튜디오 프로그램까지 갖췄다. 악기별 연습용 툴을 갖췄고, 밴드는 악기별 멀티 트랙 녹음으로 데모곡을 스마트폰에서 만들 수 있다. 프로 뮤지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스케치해 작곡을 마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사내 프로젝트로 DAW 개발을 시작했다. 당장 돈을 벌어줄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완성도 높은 음악 저작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명감이 컸다.
오디오 신호 처리 분야 박사학위를 지닌 총괄 개발자(무선사업부 개발실 서정욱 수석)와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으로 음악기술 박사학위를 보유한 기타리스트(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조태민 과장), 일본 에이벡스 및 제이와이피 프로듀서를 거친 사운드 디자이너(무선사업부 UX팀 김성민 선임) 등 10여명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음악 마니아들이 직접, 음악 마니아들이 인정하고 사용할 안드로이드 DAW를 세상에 선보이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든 2년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제조사마다 다른 하드웨어 특성에서도 잘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방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탓에 가상 악기 소리가 스피커로 나올 때 시간 지연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실시간 오디오 처리는 기본 안드로이드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CD 품질인 24비트 48킬로헤르츠(㎑) 웨이브 음질을 구현하려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램, 배터리 등에 무리를 주기 십상이었다.
개발팀은 사운드캠프 사용 최적화를 위해 안드로이드 구조를 우회해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앱 다운으로 한창 작업한 곡을 날리는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저장 ‘프리징’ 기능도 구현했다.
데스크톱PC에서 쓰던 전문 작곡 툴에 가장 근접한 사용 경험을 작은 모바일 화면에 구현한 것도 큰 성과였다. 전문가가 써도 손색없는 앱 사용자환경(UX)을 구현하기 위해 동유럽까지 날아가 협업했다. 러시아 분쟁사태로 위험지역이었던 우크라이나 내 전문 앱 디자이너를 폴란드로 데려와 합숙하며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사운드캠프는 현재 전문가 수준의 오디오 및 미디(MIDI)환경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안드로이드 유일 DAW다. 게다가 아직 무료다. 현재 갤럭시 노트4-엣지만 지원하지만 향후 안드로이드 전 기기 및 PC 연동 서비스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앱뿐만 아니라 외부가 개발한 악기 및 이펙터 앱을 사운드캠프 안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애플이 개러지밴드로 모바일 DAW를 혁신하고 기술력을 뽐낸 것처럼 사운드캠프 역시 참여하고 공유하는 안드로이드 음악 생태계의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삼성 '사운드 캠프', 안드로이드 음악 생태계의 중심을 꿈꾸다
2년간 초보부터 전문가용 아우르는 첫 안드로이드 DAW 개발 심혈
[ 김민성 기자 ] 2011년 3월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를 세상에 공개하는 행사 막바지에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를 소개했다.
맥PC용으로 개발된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개러지밴드가 모바일로 ‘강림’한 순간이었다. 개러지밴드는 아이튠즈유(U), 아이무비, 키노트, 넘버스 등 애플이 직접 개발·배포하는 앱 중 유일한 음악 저작툴이다.
가격은 4.99달러. 잡스는 “이제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작곡과 연주는 더 이상 공부하고 연마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즐기고 터치하는 놀이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드럼 기타 키보드 스트링 샘플러 등 가상악기를 탑재한 건 물론이었고 실제 악기를 직접 스마트폰에 연결해 앰프와 이펙트 톤을 즉석에서 달리 맞춰가며 녹음할 수 있었다.
애플이 개러지밴드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음악이 수천년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온 가장 강력한 콘텐츠라는 믿음에서였다. 뮤지션이 비싸게 만든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시대는 저물었다는 판단이다. 모바일 혁명으로 음악 역시 누구나 창작하고 공유하는 대상으로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복잡한 DAW를 모바일에 구현할 만큼 기술력이 좋다는 애플의 자랑이기도 했다. 케이크워크나 큐베이스 등 수십만원짜리 PC용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비싼 악기와 무거운 녹음장비가 없더라도 5000원짜리 앱이면 누구나 어디서든 작곡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자부심이었다.
통기타 한 대로 어디서나 노래 한 곡을 뚝딱 만들던 포크 전성기처럼 아마추어도 전문가도 개러지밴드로 모바일 음악 시대를 즐기기 시작했다.
애플은 자신들의 탄탄한 모바일 음악 생태계를 자랑스럽게 광고로 활용했다. LA필하모닉 지휘자이자 작곡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아이패드 앱으로 전위적인 오케스트라 곡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안드로이드에는 개러지밴드가 없나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4와 엣지를 처음 공개한 지난 9월3일 독일 베를린. 행사는 삼성 모바일 뮤직 솔루션을 활용한 ‘밴드 오브 위즈덤’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중계 카메라는 가상 신시사이저와 드럼이 탑재된 갤럭시노트4를 클로즈업했다. 삼성이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 DAW ‘사운드 캠프’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순간이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개러지밴드만큼 뛰어난 음악 저작툴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피아노 드럼 등 기본 악기의 앱뿐만 아니라 전문 제조사가 만든 가상악기 앱까지 패키지 형태로 쓸 수 있다. 음질이 뛰어난 가상악기뿐만 아니라 트랙별 음원을 따로 녹음해 곡 전체를 완성하는 스튜디오 프로그램까지 갖췄다. 악기별 연습용 툴을 갖췄고, 밴드는 악기별 멀티 트랙 녹음으로 데모곡을 스마트폰에서 만들 수 있다. 프로 뮤지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스케치해 작곡을 마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사내 프로젝트로 DAW 개발을 시작했다. 당장 돈을 벌어줄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완성도 높은 음악 저작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명감이 컸다.
오디오 신호 처리 분야 박사학위를 지닌 총괄 개발자(무선사업부 개발실 서정욱 수석)와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으로 음악기술 박사학위를 보유한 기타리스트(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조태민 과장), 일본 에이벡스 및 제이와이피 프로듀서를 거친 사운드 디자이너(무선사업부 UX팀 김성민 선임) 등 10여명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음악 마니아들이 직접, 음악 마니아들이 인정하고 사용할 안드로이드 DAW를 세상에 선보이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든 2년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제조사마다 다른 하드웨어 특성에서도 잘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방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탓에 가상 악기 소리가 스피커로 나올 때 시간 지연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실시간 오디오 처리는 기본 안드로이드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CD 품질인 24비트 48킬로헤르츠(㎑) 웨이브 음질을 구현하려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램, 배터리 등에 무리를 주기 십상이었다.
개발팀은 사운드캠프 사용 최적화를 위해 안드로이드 구조를 우회해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앱 다운으로 한창 작업한 곡을 날리는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저장 ‘프리징’ 기능도 구현했다.
데스크톱PC에서 쓰던 전문 작곡 툴에 가장 근접한 사용 경험을 작은 모바일 화면에 구현한 것도 큰 성과였다. 전문가가 써도 손색없는 앱 사용자환경(UX)을 구현하기 위해 동유럽까지 날아가 협업했다. 러시아 분쟁사태로 위험지역이었던 우크라이나 내 전문 앱 디자이너를 폴란드로 데려와 합숙하며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사운드캠프는 현재 전문가 수준의 오디오 및 미디(MIDI)환경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안드로이드 유일 DAW다. 게다가 아직 무료다. 현재 갤럭시 노트4-엣지만 지원하지만 향후 안드로이드 전 기기 및 PC 연동 서비스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앱뿐만 아니라 외부가 개발한 악기 및 이펙터 앱을 사운드캠프 안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애플이 개러지밴드로 모바일 DAW를 혁신하고 기술력을 뽐낸 것처럼 사운드캠프 역시 참여하고 공유하는 안드로이드 음악 생태계의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