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감원의 이상한 법해석

입력 2014-12-18 20:55   수정 2014-12-19 04:54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


[ 하수정 기자 ]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자문을 받지 못하게 법을 개정해놓고는 정작 금융감독원 자신이 이에 반대되는 요구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회계법인들은 이달 초 금감원이 돌린 외부감사인 입찰제안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선정요건에 ‘회계자문도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개정, 시행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이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달라고 요구하거나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면 안된다.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하거나 회계처리 방안에 대해 사전 협의하면 감사인은 자신이 만든 재무제표를 스스로 감사하게 되는 셈이 돼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법을 어기면 회계사는 형사처벌과 직무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개정안 시행 이후 금융당국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까지 만들면서 재무제표 대리작성과 감사인 회계자문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업과 회계법인들은 연말 결산시기를 맞아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회계사들은 피감 기업이 회계 처리를 상의해오면 어느 선까지 응대해줘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친절하게 응대하다 자칫 ‘회계자문’을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감사인 외에 별도의 회계자문사를 따로 둬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인을 선정하면서 회계자문을 포함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회계법인과) 협상과정에서 달라질 수도 있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기업과 회계법인이 법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금감원이 투명한 회계처리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외부감사를 자청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임의적인 감사라고 해서 법을 지킬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신고센터에 금감원을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만일 진짜 신고가 들어간다면 금감원은 어떤 판정을 내릴지 자못 궁금해진다.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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