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 1억~2억 손해 보고 채권 내다팔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서 고전.."손실 발생할 해외 사업장 쌓여 있다"
이 기사는 12월18일(04: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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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채권 금리 급등)하고 있다. 해외 건설 사업장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한 일부 투자자들이 채권 투매(投賣·손해를 무릅쓰고 파는 행위)에 나서면서 회사채 값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채권시장에서 대우건설의 3년 만기 회사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는 연 3.68%를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유통 시 기준이 되는 민평금리는 지난달 말 연 3.46%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초 연 3.5%대로 상승한 이후 오름세를 보였다. 보름 새 0.22%포인트가 올랐다. 시장의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같은 기간 0.05%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금리 상승폭이 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대우건설 회사채 가격의 하락은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대우건설 채권을 대량으로 헐값에 내다판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32회차 회사채(잔존 만기 1년 9개월)는 지난 12일 기관투자가 전용 시장인 장외시장에서 3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평균 거래금리는 연 3.95%로, 이 채권의 민평금리인 연 3.37%보다 0.58%포인트나 높았다. 가격으로 따지면 액면 1만원당 1만196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이날 1만2~1만3원에 팔린 것이다. 채권을 내다판 기관은 이 거래로 인한 손실이 100억원당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채는 앞서 지난 4일에도 기존보다 0.54%포인트 높은 금리에 2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액면 1만원당 93원 싼 가격에 팔려, 채권 매도 기관에 100억원당 1억원의 손실을 안겼다.
기관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대우건설 채권을 잇달아 내다팔고 있는 것은 해외 건설 사업장에 대한 부실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이다. 해외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는 채권을 담고 있느니 싼 값에라도 처분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국내외 주요 사업장에서 일어난 비용 상승에 따른 손실을 일괄 반영하면서 718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당시 회사 측은 “그동안 누적됐던 손실이나 향후 잠재적 부실 요소를 털어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2011년 전후 저가 수주한 물량으로 인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해외 사업장이 여전히 쌓여 있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올 들어서도 해외 비중이 높은 발전·플랜트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발전 부문은 3분기까지 1002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냈고, 플랜트 부문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급감한 258억원을 기록했다. 오만 복합화력발전소 등 해외 건설 사업장에서 공기(工期) 지연 등으로 추가 손실을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발전·플랜트 부문의 부진은 주택 사업 부문에서 나온 이익에 묻혀 작년처럼 부각되지는 않았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말 기준 해외 수주 잔고 12조원 중 저가 수주한 해외 현장의 비중이 32%에 달해 내년에도 실적 개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 같은 해외 공사 현장의 불확실성이 자칫 신용등급(현재 상위 6위 등급인 ‘A0’)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해외 현장에서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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