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파손 논란 2라운드‥LG전자, 삼성전자 맞고소
삼성, LG 수장 피의자 지목하자 LG "삼성 직원이 파손" 반박
삼성 "수사 지연 의도"…LG "CES 이후 출석"
[ 김민성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세탁기 고의 파손' 사건이 증거 위조 의혹까지 거론되며 맞고소 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 9월 독일 베를린 가전박람회 IFA 때 벌어진 세탁기 파손 사건 발생 이후 삼성전자가 LG전자를 고소한 뒤 3개월 만에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이후 삼성전자는 LG전자 세탁기 부문 최고 수장인 조성진 H&A(당시 HA) 부문 사장이 해당 파손 사건에 직접 가담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초강수를 뒀다.
LG전자도 삼성전자를 맞고소하는 강공 자세로 돌아섰다. 특히 삼성전자 임직원이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혐의에 대한 증거를 위조한 정황이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증거로 내세운 동영상을 보면 삼성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영상 속 세탁기가 증거물과 동일하다면 검찰 측 증거 제출 이전에 훼손이 일어난 것이므로 형사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훼손, 즉 증거 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위조된 증거물을 사용해 LG전자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재물손괴 사건의 핵심은 훼손된 증거물, 세탁기" 이라며 "누구에 의해 증거물이 훼손됐는지, 혹은 조작이 됐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LG전자의 적반하장 격 태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반격했다. 특히 핵심 피의자로 특정된 조 사장이 100일 넘게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조 사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라"고 압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3일 독일 세탁기 손괴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LG전자를 고발한 바 있다. 조 사장도 유럽 양판점 자툰(Saturn)사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Europacenter) 및 슈티글리츠(Steglitz)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손괴 사건 가담자로 특정하고,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독일 현지에서 당사의 제품이 특정업체에 의해 손괴됐지만 국가적 위신을 생각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참아왔다" 며 "당사가 명확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국 기업의 이전투구' '진실 공방' 식 해석에 대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건 발생 직후 LG전자는 단순한 연구원의 제품 테스트라고 해명했다. 경쟁사 제품을 폄하할 목적으로 몰래 경쟁사 제품을 훼손시키려 했다면 연구원들이 갈 이유가 없고, 그런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보다 계획적으로 발각되지 않을 사람을 찾았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고발 이후 폐쇄회로(CCTV)에 찍힌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4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 사장은 그간 검찰의 두 차례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아 출국 금지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조 사장이 최근 연말인사(12월1일)와 전사 전략회의(12월16~19일), 내달 초 소비자가전쇼(CES) 준비 등으로 조사에 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CES를 마친 이후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두 회사 간 세탁기 파손 같등은 이전과 달리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론의 관심이 고조된데다 수장의 검찰 소환 조사까지 걸려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법정에서 진실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까지 내려질만큼 사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졌다" 며 "삼성전자가 법정 승리를 자신하는만큼 쉽게 고소가 취하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간 제품 관련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냉장고 용량 및 디스플레이 특허, 에어컨 시장점유율 등을 놓고도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8월 양사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붓는 실험을 통해 LG전자 냉장고 용량이 과장됐다고 지적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양사는 진실 공방에 이어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진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 소송을 취하해 일단락됐다.
디스플레이 분쟁은 2012년 5월 검찰이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빼내간 혐의로 LG디스플레이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기술 유출에 가담한 LG 임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LG전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반발해 맞소송전을 펼쳤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가 나서 중재하면서 법적 분쟁은 끝났다.
지난해 3월에는 양사의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국내 가정용 에어컨 점유율 1위' 광고를 내보자 LG전자가 인용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양사는 여전히 국·내외 에어컨 및 백색가전 점유율을 놓고 놓고 자사가 1등이라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 초부터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윤부근 대표와 LG전자 조 사장이 '2015년 세계 가전 시장 1위'를 나란히 공언하면서 실적 및 점유율 경쟁에도 불꽃이 튀고 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삼성, LG 수장 피의자 지목하자 LG "삼성 직원이 파손" 반박
삼성 "수사 지연 의도"…LG "CES 이후 출석"
[ 김민성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세탁기 고의 파손' 사건이 증거 위조 의혹까지 거론되며 맞고소 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 9월 독일 베를린 가전박람회 IFA 때 벌어진 세탁기 파손 사건 발생 이후 삼성전자가 LG전자를 고소한 뒤 3개월 만에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이후 삼성전자는 LG전자 세탁기 부문 최고 수장인 조성진 H&A(당시 HA) 부문 사장이 해당 파손 사건에 직접 가담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초강수를 뒀다.
LG전자도 삼성전자를 맞고소하는 강공 자세로 돌아섰다. 특히 삼성전자 임직원이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혐의에 대한 증거를 위조한 정황이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증거로 내세운 동영상을 보면 삼성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영상 속 세탁기가 증거물과 동일하다면 검찰 측 증거 제출 이전에 훼손이 일어난 것이므로 형사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훼손, 즉 증거 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위조된 증거물을 사용해 LG전자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재물손괴 사건의 핵심은 훼손된 증거물, 세탁기" 이라며 "누구에 의해 증거물이 훼손됐는지, 혹은 조작이 됐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LG전자의 적반하장 격 태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반격했다. 특히 핵심 피의자로 특정된 조 사장이 100일 넘게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조 사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라"고 압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3일 독일 세탁기 손괴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LG전자를 고발한 바 있다. 조 사장도 유럽 양판점 자툰(Saturn)사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Europacenter) 및 슈티글리츠(Steglitz)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손괴 사건 가담자로 특정하고,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독일 현지에서 당사의 제품이 특정업체에 의해 손괴됐지만 국가적 위신을 생각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참아왔다" 며 "당사가 명확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국 기업의 이전투구' '진실 공방' 식 해석에 대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건 발생 직후 LG전자는 단순한 연구원의 제품 테스트라고 해명했다. 경쟁사 제품을 폄하할 목적으로 몰래 경쟁사 제품을 훼손시키려 했다면 연구원들이 갈 이유가 없고, 그런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보다 계획적으로 발각되지 않을 사람을 찾았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고발 이후 폐쇄회로(CCTV)에 찍힌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4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 사장은 그간 검찰의 두 차례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아 출국 금지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조 사장이 최근 연말인사(12월1일)와 전사 전략회의(12월16~19일), 내달 초 소비자가전쇼(CES) 준비 등으로 조사에 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CES를 마친 이후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두 회사 간 세탁기 파손 같등은 이전과 달리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론의 관심이 고조된데다 수장의 검찰 소환 조사까지 걸려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법정에서 진실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까지 내려질만큼 사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졌다" 며 "삼성전자가 법정 승리를 자신하는만큼 쉽게 고소가 취하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간 제품 관련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냉장고 용량 및 디스플레이 특허, 에어컨 시장점유율 등을 놓고도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8월 양사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붓는 실험을 통해 LG전자 냉장고 용량이 과장됐다고 지적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양사는 진실 공방에 이어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진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 소송을 취하해 일단락됐다.
디스플레이 분쟁은 2012년 5월 검찰이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빼내간 혐의로 LG디스플레이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기술 유출에 가담한 LG 임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LG전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반발해 맞소송전을 펼쳤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가 나서 중재하면서 법적 분쟁은 끝났다.
지난해 3월에는 양사의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국내 가정용 에어컨 점유율 1위' 광고를 내보자 LG전자가 인용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양사는 여전히 국·내외 에어컨 및 백색가전 점유율을 놓고 놓고 자사가 1등이라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 초부터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윤부근 대표와 LG전자 조 사장이 '2015년 세계 가전 시장 1위'를 나란히 공언하면서 실적 및 점유율 경쟁에도 불꽃이 튀고 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