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산업
韓 국제회의 개최실적 세계 3위
행사 참가자 1인당 2488弗 지출…일반 관광객보다 2배 높아
[ 이선우/서화동 기자 ]
한국형 모델을 찾아라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MICE를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행사(Incentives), 정부와 협회 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MICE의 개념을 스포츠, 지역축제, 이벤트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MICE의 경제·사회·문화적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MICE 산업을 국내 여건과 수요에 맞춘 한국형 산업 기준과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전시업계가 전시·박람회의 기능을 기존 수출 진흥의 수단에서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MICE라는 개념도 사실 싱가포르, 호주 등 일부 국가가 필요에 따라 만든 개념”이라며 “우리도 국내 실정과 필요에 따라 산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념과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업종 간 융·복합을 통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MICE 산업도 한계를 설정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콘텐츠 개발, 토종 MICE 발굴에 나서라
올 한 해 국내에서는 굵직한 대형 MICE 행사가 이어졌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는 122개국 5000명(해외 2560명)이 참여했고 9월에는 강원 평창에서 164개국 2만5000여명(해외 7000명)이 참여한 제12차 생물다양성총회가 열렸다. 부산에서는 지난 10월 170개국 정보통신 분야 3000명이 참여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이달 초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역을 순회하며 여는 일회성 행사여서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규모나 효과는 작더라도 지속성을 갖춘 토종 MICE 행사 발굴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황혜진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회의나 지역 컨벤션과 같이 토종 행사를 적극 육성해 MICE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는 국제행사 유치는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MICE 행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만 업계도 자신들의 역할이 새 콘텐츠를 발굴해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오거나이저(Organiser)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MICE 복합단지, 복합리조트 개발 서둘러야
MICE 시설의 집적화, 복합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싱가포르에 이어 일본 대만 러시아 등이 숙박, 공연, 쇼핑, 컨벤션, 카지노 등을 망라한 다기능 복합리조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2020년까지 3개 안팎의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MICE 행사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에 비해 지출액은 1인당 평균 2488달러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리조트를 MICE의 핵심 인프라로 꼽는 이유도 숙박, 공연, 쇼핑, 관광, 컨벤션 등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는 복합리조트 개발은 고사하고 집적화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 부산 등을 제외하면 숙박, 관광, 쇼핑 등 복합 기능을 갖춘 시설이 부족한 데다 지난해 국회에 상정된 국제회의 복합지구 조성 관련 법안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인천 영종도 일대에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는 벌써부터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 그룹이 일본에 최대 100억달러(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영종도 미단시티 투자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나서라
국내 MICE 산업이 세계 3위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MICE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지금까지 국내 MICE 산업은 각종 국제회의와 학술대회 등을 유치하며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시기라는 것. 이를 위해 환대 서비스 등 MICE 참가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9일 인천국제공항 1층에 들어서는‘MICE 통합 컨시어지 데스크’도 서비스 인프라 확충을 위한 것이다. MICE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참가자를 위한 외국인 전용 안내데스크로, 행사 정보는 물론 교통, 숙박, 관광 등 해외 참가자에게 최적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김응수 한국MICE협회장은 “MICE 행사 참가자, 특히 외국인이 겪는 불편은 곧바로 행사는 물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며 “MICE 서비스 인프라 확충은 행사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은 물론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국제협회연합(UIA)이 집계한 2013년 국가별 국제회의 개최 실적에서 한국은 635건으로 싱가포르(994건)와 미국(799건)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동안 G20, 핵안보 정상회의 등 행사를 열며 외형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성장을 이끄는 질적 성장은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따라서 MICE(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국제회의·전시회) 산업이 제2 도약을 하려면 네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
韓 국제회의 개최실적 세계 3위
행사 참가자 1인당 2488弗 지출…일반 관광객보다 2배 높아
[ 이선우/서화동 기자 ]
한국형 모델을 찾아라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MICE를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행사(Incentives), 정부와 협회 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MICE의 개념을 스포츠, 지역축제, 이벤트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MICE의 경제·사회·문화적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MICE 산업을 국내 여건과 수요에 맞춘 한국형 산업 기준과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전시업계가 전시·박람회의 기능을 기존 수출 진흥의 수단에서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MICE라는 개념도 사실 싱가포르, 호주 등 일부 국가가 필요에 따라 만든 개념”이라며 “우리도 국내 실정과 필요에 따라 산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념과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업종 간 융·복합을 통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MICE 산업도 한계를 설정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콘텐츠 개발, 토종 MICE 발굴에 나서라
올 한 해 국내에서는 굵직한 대형 MICE 행사가 이어졌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는 122개국 5000명(해외 2560명)이 참여했고 9월에는 강원 평창에서 164개국 2만5000여명(해외 7000명)이 참여한 제12차 생물다양성총회가 열렸다. 부산에서는 지난 10월 170개국 정보통신 분야 3000명이 참여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이달 초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역을 순회하며 여는 일회성 행사여서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규모나 효과는 작더라도 지속성을 갖춘 토종 MICE 행사 발굴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황혜진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회의나 지역 컨벤션과 같이 토종 행사를 적극 육성해 MICE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는 국제행사 유치는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MICE 행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만 업계도 자신들의 역할이 새 콘텐츠를 발굴해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오거나이저(Organiser)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MICE 복합단지, 복합리조트 개발 서둘러야
MICE 시설의 집적화, 복합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싱가포르에 이어 일본 대만 러시아 등이 숙박, 공연, 쇼핑, 컨벤션, 카지노 등을 망라한 다기능 복합리조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2020년까지 3개 안팎의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MICE 행사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에 비해 지출액은 1인당 평균 2488달러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리조트를 MICE의 핵심 인프라로 꼽는 이유도 숙박, 공연, 쇼핑, 관광, 컨벤션 등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는 복합리조트 개발은 고사하고 집적화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 부산 등을 제외하면 숙박, 관광, 쇼핑 등 복합 기능을 갖춘 시설이 부족한 데다 지난해 국회에 상정된 국제회의 복합지구 조성 관련 법안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인천 영종도 일대에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는 벌써부터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 그룹이 일본에 최대 100억달러(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영종도 미단시티 투자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나서라
국내 MICE 산업이 세계 3위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MICE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지금까지 국내 MICE 산업은 각종 국제회의와 학술대회 등을 유치하며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시기라는 것. 이를 위해 환대 서비스 등 MICE 참가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9일 인천국제공항 1층에 들어서는‘MICE 통합 컨시어지 데스크’도 서비스 인프라 확충을 위한 것이다. MICE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참가자를 위한 외국인 전용 안내데스크로, 행사 정보는 물론 교통, 숙박, 관광 등 해외 참가자에게 최적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김응수 한국MICE협회장은 “MICE 행사 참가자, 특히 외국인이 겪는 불편은 곧바로 행사는 물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며 “MICE 서비스 인프라 확충은 행사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은 물론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국제협회연합(UIA)이 집계한 2013년 국가별 국제회의 개최 실적에서 한국은 635건으로 싱가포르(994건)와 미국(799건)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동안 G20, 핵안보 정상회의 등 행사를 열며 외형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성장을 이끄는 질적 성장은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따라서 MICE(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국제회의·전시회) 산업이 제2 도약을 하려면 네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