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가방·핸드백 수출 줄고 식품은 늘어
장인정신, 식품서도 명품 빚어낼지 주목
[ 김보라 기자 ]
이탈리아 명품그룹 프라다는 최근 밀라노에 있는 200년 역사의 카페 ‘파스티세리아 마르체시’를 인수했다. 두바이, 홍콩, 도쿄를 시작으로 세계 주요 도시에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를 열겠다는 목적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페라가모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도 잇따라 이탈리아 식품업체를 사들이고 있다.
명품의 본고장 이탈리아가 전 세계 웰빙 트렌드에 맞춰 ‘프리미엄 식품’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명품 핸드백, 장인이 만든 수제화 등 고가의 이탈리아 패션 명품 매출이 줄고 있는 반면 이탈리아산 식품 수출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탈리아 싱크탱크 센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의 식품 수출은 2007년 대비 27% 증가한 274억유로(약 36조8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디에고 셀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밀라노지점 대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이탈리아는 수백년간 다양하고 독특한 유기농 식재료가 발달했다”며 “그동안 저평가된 이유는 적절한 유통 활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라다·루이비통 伊 먹거리 인수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밀라노의 유명 제과점 ‘코바’를 인수했다. 디젤과 마르니를 보유한 OTB그룹의 렌조 로소 회장은 이탈리아 유기농 식품 체인 ‘바이오나투라’를, 패션 디자이너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솔로메오마을의 올리브밭을 사들였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산에 밀려 ‘뒷방 신세’였던 이탈리아 와인도 주목받고 있다. 발렌티노와 휴고보스를 보유한 게타노 마르조토는 명품 와인 브랜드 ‘카델 보스코’를 만들었다. 페라가모는 자회사를 통해 ‘일 보로’와 ‘카스티글리온 델 보스코’ 등 프리미엄 와인 라벨을 출시했다. 이탈리아 명품 속옷 브랜드 칼제도니아는 이탈리아 와인만 취급하는 소매점 ‘시그노르비노’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처럼 패션 명가가 와인산업에 손을 대면서 지난해 이탈리아산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수출량의 20.8%를 차지했다. 스페인(16.4%), 프랑스(14.9%), 호주(7.3%)를 제치고 단일 국가 기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FT는 “1980년대 이탈리아 패션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식품업계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수백년간 대를 이어온 소규모 가문 경영이 기업화하면서 전 세계 소비자에게 ‘최고급 명품’으로 재인식된다는 뜻이다.
◆파스타·오일에서 치즈·초콜릿으로
이탈리아에는 누텔라 등 초콜릿을 만드는 페레로, 파스타 전문기업인 바릴라, 세계 2위 참치통조림 제조사 볼튼그룹 등 이미 대중화에 성공한 식품 회사가 많다. FT는 그러나 최근 명품업계가 주목하는 건 이탈리아산 식품의 ‘다양성’과 ‘장인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와인 등급은 산지와 품질에 따라 266단계로 나뉘는데 이는 프랑스(216등급)보다 많다.
이탈리아 식재료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평정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오반니라나’는 올해 전 세계 생면파스타 시장의 40%를 점유했다. 2010년 뉴욕 맨해튼에 대표 매장을 낸 이탈리아 식재료 전문점 ‘이털리’는 올해 매출이 7000만유로(약 940억원)에 달했다.
식품 수출 품목이 올리브 오일, 치즈, 초콜릿, 육류 등으로 확대되면서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사모펀드 차터하우스캐피털파트너스는 최근 이탈리아 최대 파마산 치즈 수출업체 누오바카스텔리의 지분 80%를 3억유로(약 4024억원)에 인수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 국부펀드 FSI는 육류회사 크레모니니의 지분을 사들였고,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회사 페르니고티는 터키 업체에 팔렸다.
이탈리아의 M&A자문사 N+1 SYZ의 프란치스코 모카가타는 “신흥국 중산층이 급증하고 선진국 소비자도 ‘웰빙 먹거리’에 주목하면서 개당 600유로에 달하는 루이비통 가방보다 한 조각에 30유로인 프로슈토(염장한 돼지고기)가 성장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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