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불만제로 리더십'

입력 2014-12-25 07:12  


(고재연 정치부 기자) 서로 간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한 여야 협상은 분위기가 삭막하기 마련입니다. 지난 세월호 국면 협상 과정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경우 협상장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고성이 오갔고, 때때로 울부짖는 소리가 흘러나오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마다 기자들은 ‘오늘 협상은 물 건너 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협상 파행의 원인을 찾기 위해 협상장 문에 ‘귀대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협상은 달랐습니다. 협상장에서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와 ‘뻗치기’(취재를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행위)를 하던 기자들을 의아하게 했는데요. 바로 23일 이완구·우윤근 원내대표, 주호영·백재현 정책위원회 의장, 안규백·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한 이른바 ‘3+3 회동’ 이야기입니다. 이날 7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협상’에서 여야는 부동산 3법 처리,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공무원 연금법 내년 상반기 처리 등에 합의하는 등 국회 정상화를 이뤄냈습니다.

세월호 협상을 마무리하고 예산안을 법정 기일 내에 처리하는 등 이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가 ‘타협의 정치’를 이뤄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원내지도부 중 한 인사는 우 원내대표의 ‘불만제로 리더십’에서 협상의 원동력을 찾았는데요. 그는 “우 원내대표는 정말 끊임없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한다”며 “예산안 처리 때도 그랬다. 부동산 3법 등 야당 의원들이 반대할 만한 사안에 대해 협상할 때는 의원들에게 미리 전화해 양해를 구하고 설득을 한다. 그래서 잡음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회의는 바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입니다. 원내지도부가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한 설명과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당내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그 과정에서 회의가 3~4시간씩 이어지는 ‘마라톤 의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원하는 ‘부동산3법’을 처리한 반면 야당이 요구했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얻어내지 못한 만큼 야당 내 반발도 예상됐습니다. 정성호 새정치연합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역시 이날 부동산 3법을 처리하며 “우리가 너무 많이 내준 것 같다. 여당과 ‘짝짜꿍’한다고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의원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원내지도부 인사는 “정 간사와 우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며 “그러다 보니 (정 간사 말과 달리) 이번 협상과 관련해 큰 잡음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너무 많은 것을 내 준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결국 새정치연합의 ‘마라톤 의총’이 사라지게 된 데는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며 불만을 애초에 차단해버리는 우 원내대표의 ‘불만제로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협상 때마다 당내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사격’도 한 몫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번 협상의 뒷이야기는 많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 넥타이’를 매기도 했고, 성균관대 동문인 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안 새정치연합 수석부대표 간 ‘궁합’도 잘 맞았다는 평입니다. 안 수석부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세게 반대를 할 때마다 이 원내대표가 ‘아니 당신, 내 대학 후배 아니냐’고 해 협상장이 웃음바다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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