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합의'한 국회, 줄줄이 외유성 출장

입력 2014-12-25 20:46   수정 2014-12-26 03:41

29일 본회의 이후 운영위·의원친선협회 등 해외로
의원외교·시찰 등 명분…'회기 중 출장'에 비판도



[ 이태훈 기자 ] 연말을 맞아 국회의원들의 단체 외유성 해외출장이 또다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는 예산안을 법정 기한(12월2일) 내에 처리한 데다 여야 간 쟁점 현안도 ‘원샷’으로 합의해 예년보다 출장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외교와 시찰 등 저마다 출장 명분을 내세우지만 국회 회기 중 출장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많다.

국회 본회의가 잡혀 있는 오는 29일 이후부터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내년 1월3일부터 8일까지 말레이시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 소속이지만 법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출장 일정이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 해소를 위한 운영위 소집일(1월9일)과 맞닿아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의원외교단체도 신년 교류를 명분으로 해외출장 일정을 잡고 있다. 국회에는 세계 각국 의회와 교류하기 위해 4개의 의원외교협의회와 108개의 의원친선협회 등이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의원친선협회는 친선 관계를 맺은 국가를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고 매년 1회에 한해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들이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여론을 의식해 해외출장을 자제하다 연말이 되자 대거 나가고 있다”며 “상임위별로 남은 예산을 쓰기 위해 출장 일정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출장길에 오른 의원도 많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9일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이유로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문단에는 설훈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과 여야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교문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가 임박한 11월 말부터 출장 일정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연말에 해외출장을 못가면 내심 서운해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연말 해외출장은 국회의원들의 고질병 같은 것 아니냐”며 “요즘은 보는 눈이 많아 공식출장이 아니면 개인적으로 다녀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다녀왔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17일부터 24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국회는 의원들의 무분별한 외유성 출장을 막기 위해 출장 후 20일 이내에 ‘의원외교 성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거나 참고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 많고,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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